검찰과 경찰이 최근 불거진 법무부ㆍ검찰 간부들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놓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한 시민단체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만찬 참석자 10명을 공무집행방해와 뇌물ㆍ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실정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 드러나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곧바로 개인 고발장이 지난주 대검에 접수돼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맡겼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자 서로 주도권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현행 법에는 ‘동일 사건을 2개 이상의 기관에서 수사하는 경우 검사가 경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넘기라고 할 경우 경찰은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실제 검찰 고위간부를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물론 검찰이 현재 진행 중인 법무부ㆍ검찰 합동감찰을 핑계로 수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역풍을 맞아 경찰 수사에 힘이 실릴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난관이 많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수사권 조정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검찰의 비리를 파헤쳐 여론을 경찰에 유리하게 조성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현 시기에 검찰 개혁은 필연적이다. 지나치게 비대한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개혁의 방향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실제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경찰은 11만명에 이르는 인력에 방대한 정보력과 물리력을 갖춘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경찰은 검찰 못지않게 권력의 충직한 하수인 노릇을 해 왔다. 2015년 과잉 진압으로 숨진 백남기 농민 사건을 비롯해 경찰의 인권 탄압 실상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매년 각종 비리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경고까지 포함하면 1만명이 넘는다. 이런 마당에 독립적인 수사권까지 주어지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오려면 ‘경찰 권력 비대화’로 인한 부작용을 불식시킬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경찰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와 인권보장, 경찰관 자질 향상 등의 대책이 요구된다. 검찰 흠집내기로 수사권이 저절로 굴러 들어올 거라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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