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들 엄호사격 나서
野 의원들은 문자폭탄 맞아
24일 국회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9년 만에 공수(攻守)가 뒤바뀐 여야가 검증에 나섰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서로 “과거를 생각하라”며 공방을 벌였다. 야권 의원들은 청문회 도중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문자 폭탄’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국당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으로 “역대 정부에서도 총리 후보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청문 자료 제출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 청문회 때마다 후보자가 너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야당이던 우리야말로 분통을 터트린 일이 많다”고 엄호에 나섰다. 전 의원은 계란 한판 가격이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 후보자가 시가의 절반 수준인 “3,000원이 좀 넘습니까”라고 말하자 ‘한 판은 계란이 30개’라고 강조하며 이 후보자의 실수를 감싸려고 애쓰기도 했다. 이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계란 한 판은 8,000원이 넘는다. 서민 물가에 신경 써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라 배우자의 직장이나 자녀 때문에 위장전입 한 것은 그 사정을 이해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감쌌다. 이에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말을 들으니 여야가 바뀐 것을 실감하겠다”며 “이전 정부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렇게 관대했다면 국회 생산성이 훨씬 높아지지 않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진 야권 청문위원들의 휴대폰에 항의 문자메시지가 폭주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단행동 성향이 재차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신상발언까지 신청해 “오전 내내 휴대전화에 불이 났다”며 “‘너는 군대에 다녀왔느냐’, ‘지× 하네’ 같은 내용의 항의 문자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쁘게 말하면 ‘문빠’라는 패권주의 비판이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강효상 의원도 “문자가 폭주해 휴대전화가 (배터리가 나가) 꺼져버렸다”며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경대수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을 제기했다가 거꾸로 누리꾼의 ‘검증 역풍’을 맞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국회의원 아들 17명에 경 의원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는 올해 2월 언론 보도를 근거로 “경 의원 아들의 군 면제 의혹도 밝히라”는 글을 잇따라 온라인에 올렸다. 이 때문에 경 의원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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