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만들어진 건칠불좌상을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3D-CT) 장비로 촬영했더니 불상의 머리 안에서 고려시대 불경이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남원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된 조선시대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상지(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5년 이 불상을 X선으로 찍어 머리에 복장물(불상 안에 넣는 물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실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연구소는 이번에 포항 성모병원에서 건칠불좌상을 3D-CT로 촬영해 금속성 물질로 글자를 쓴 책이 접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금가루나 은가루로 쓴 경전일 수도 있다는 추측과 함께 불경의 보존 상태가 염려 돼 연구소는 이 경전을 수습했다고 전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3D-CT 장비로 불상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인 결과 이번에 발견된 불경은 전체 600권으로 구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396권으로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절첩장 형태다. 크기는 가로 11.8㎝, 세로 30.6㎝이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은 “상지에 ‘대반야경’을 은가루로 사경해 절첩장 형태로 만든 경전은 현재 국내에 4점만 남아 있어 희소성이 매우 높다”며 “경주 기림사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14세기 대반야바라밀다경이 보물 제959호로 지정돼 있는데 실상사 불경이 이와 비슷해 문화재급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번에 실상사 건칠불좌상과 함께 역시 실상사의 보광전에 있는 건칠보살입상도 3D-CT로 촬영해 두 불상이 15세기 전후 동일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삼존불(본존과 좌우 협시를 모시는 형식)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건칠불은 삼베나 종이로 틀을 제작한 뒤 반복적으로 옻칠을 해서 만드는 불상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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