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7)의 나라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마라도나의 전설적인 드리블을 완벽히 재현했다.
이승우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전반 18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전반 42분 나온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아르헨티나에 한 골(후반 7분 마르셀로 토레스)을 내주고도 2-1로 승리할 수 있었다. 20일 기니전(3-0)에 이어 2연승을 달린 한국은 A조 1위로 올라서며 최소 조 2위를 확보,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잉글랜드전 결과와 관계없이 16강행을 확정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이승우와 백승호였다. 2경기 2골씩을 기록 중인 이들 '바르샤 듀오'는 한 골씩 만 더 넣으면 U-20 월드컵 한국인 최다득점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지금까진 신연호(1983년), 신영록(2005ㆍ2007년), 김민우(2009년)가 3골을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이번 대회 득점왕도 노릴 수 있게 됐다. 현재 득점 1위는 3골을 뽑아낸 베네수엘라의 세르히오 코르도바(20)다. '바르샤 듀오'가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이승우의 첫 번째 골과 백승호의 득점 세리머니였다.
이승우는 중앙선부터 40m를 혼자서 드리블해 나가면서 상대 수비수 4~5명을 제치고 골키퍼의 타이밍도 빼앗으며 골을 성공시켰다.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나온 마라도나의 '전설의 드리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마라도나는 중앙선 조금 뒤에서부터 혼자 약 50m 이상을 드리블 해 피터 비어슬리(56), 골키퍼 피터 실턴(68) 등 6명을 제치고 득점을 기록했다. 마라도나가 상대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들었다면, 이승우는 왼쪽 사이드를 공략했다.
입이 쩍 벌어질 만한 드리블과 골이었다. 흔히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리블러'를 언급할 땐 브라질 출신 고(故) 가린샤가 꼽힌다. 1950~1960년대 활동한 가린샤는 현란한 발재간은 물론 수비수들의 타이밍을 뺏는 감각 또한 일품인 드리블러였다. 역대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 받는 브라질 호나우두(41)가 압도적인 피지컬과 파워로 '폭주기관차'를 떠올리게 하는 '드리블러'라면, 전설적인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45)은 '마르세이유 턴' 등 세련되면서도 다소 절제된 동작으로 수비수들을 제치곤 했다.
이승우의 드리블은 마라도나의 드리블과 많이 닮아 있다. 마라도나의 드리블에는 브라질식 현란함이나 프랑스식 우아함보단 '정갈함'이 묻어 있다. 마라도나는 자신과 수비수와의 거리에 따라 볼터치의 강약을 완벽히 조절하곤 했다. 그는 공을 발 바깥에 붙여서 툭툭 치는 방식으로 드리블 하는데, 이는 일순간 돌파 방향을 바꿀 때 극강의 효율을 자랑한다.
이승우는 중앙선에서부터 짧게 볼터치를 하다가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코스 세네시(20)가 붙자 약 3m 앞에서 살짝 길게 볼터치를 했고, 이후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돌파하는 천재성을 보였다. 골키퍼를 제치는데 로빙슛을 활용한 것도 굉장한 센스였다.
백승호의 골 세리머니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1-0으로 앞서가던 전반 42분 조영욱(18ㆍ고려대)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차 넣었다. 이후 그는 카메라를 보며 네모 모양을 그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일각에선 U-20 월드컵 조추첨 때 마리도나가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같은 조에 속하자 웃던 장면을 의식한 세리머니라고 추측했다. 이에 백승호는 "축구하는 친한 누나들이 오기로 했는데 티켓을 잘못 사서 오지 못했다. 티켓 하나 제대로 못 사냐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마라도나 얘기가 나오던데 아니다. 표현하진 않았다"고 웃었다.
전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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