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하청업체가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2차 하청업체와 짜고 장비 설계도면을 빼돌려 제품을 제작, 대기업에 납품한 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디스플레이 제작용 진공장비 제조업체 A사의 전무이사 정모(49)씨와 A사의 2차 하청업체 B사의 경영지원본부장 이모(39)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정씨 등은 지난해 8~12월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때 쓰는 진공장비를 만드는 C사가 연구 개발한 장비의 설계도면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유출된 설계도면을 토대로 새 설계도면을 만들어 B사에 넘겨 장비 77대를 제작해 삼성전자에 납품해 168억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등은 납품 기한이 다가온 상태에서 C사가 대당 5,500만원인 장비 납품 단가를 500만원 정도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재계약을 거부한 뒤 C사에게 장비를 납품하는 B사의 임원인 이씨에게 접근해 설계도면을 빼돌렸다.
B사에 비해 장비 설계능력이나 제작 노하우 등이 떨어지는 A사는 지난해 2월부터 B사에게 장비 제작을 의뢰해 납품 받아 삼성전자에게 다시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A사는 원청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B사에게 C사의 설계도면을 유출하게 했고 B사는 전속계약을 약속 받는 조건으로 빼돌린 설계도면으로 동일 장비를 제작, 6개월간 21억원의 부당 이익을 올렸다”며 “제품 매출이 갑자기 줄거나 동일 제품이 거래처에 납품되면 일단 기술 유출을 의심하고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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