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을 전전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흙수저 신화’를 일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평소 연봉의 절반 가까이를 사회에 환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총 21억5,212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중 본인 명의 재산은 12억3,495만원이었는데, 경기 의왕시 아파트 전세금 5억5,000만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분양권 8,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부인 명의 재산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 5억8,000만원, 2010년식 쏘나타 승용차(962만원 상당) 등 7억1,591만원이 신고됐다. 부인은 예금 2억8,924만원, 삼성SDI 주식(900만원) 등도 있었다. 김 후보자 모친의 재산은 다른 형제가 부양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고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2015년 2월부터 최근까지 아주대 총장으로 일했다. 지난해엔 1억8,6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800만원을 기부했는데, 기부 대상은 아주대(6,085만원), 서울 영동교회(680만원), 무지개빛청개구리지역아동센터(1,100만원) 등이었다. 그는 2015년에도 아주대에 6,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아주대 총장 시절 김 후보자는 가난한 학생들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했다. 김 후보자는 총장 급여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아주대 학생들의 장학금 마련에 자신의 사재를 턴 것으로 알려졌다. 학점이나 어학성적 등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생활환경만으로 학생을 선발해 해외대학에 파견하는 ‘애프터 유 프로그램’,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에게 총장이 직접 긴급 생활비를 지급하는 ‘SOS 프로그램’ 등의 재원을 자신의 급여로 마련했다.
그는 왕성한 기부활동을 하면서도 청렴한 공복의 길을 지켰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정치자금 리스트(성완종 리스트)에서 당시 국무조정실장이었던 김 후보자의 이름 옆엔 선물을 거절했다는 의미로 ‘사양’이라는 메모가 표시돼 있기도 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부터 후보자 자격으로 기재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는 기재부 간부들로부터 일방적으로 현안을 보고받는 방식이 아니라 ‘주제별 토론’ 방식을 가미한 파격적 방식을 택했다. 특정 분야의 주제를 놓고 관련 부처 간부들이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보고보다 토론에 가까웠다. 이날 김 후보자와 간부들은 문 대통령이 첫 번째 국정과제로 강조한 일자리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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