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25
타월 데이(Towel Day)는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N. Adams, 1952~2001)와 그의 1979년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팬들이 그와 그의 소설을 기리는 날이다. 오픈소스 포럼 ‘시스템 툴박스’의 한 유저(Clyde Williamson)의 제안에 따라 이 날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의 팬들은 수건을 들거나 메고 다니며 동류의식을 고양하며 그의 소설만큼이나 엉뚱하고 유쾌한 이벤트를 벌인다.
‘은하수를…’은 애덤스가 27세에 낸 책이다. 외계종족 보고인이 초은하고속도로 우회로를 건설하면서 노선 상의 건물을 철거하듯 지구를 파괴하고, 그 직전에 보고인의 우주선에 탄 덕에 지구인으로선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민이 된 아서 덴트(Arthur Dent)가 은하수를 히치하이킹으로 떠돌면서 겪는 이야기.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그 안에 잠꼬대 같지만 예지몽의 계시 같기도 한 구절들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다. 78년 BBC 라디오 코믹 SF로 쓰여졌다가 큰 인기를 끌자, 이듬해 살을 붙여 냈다는 소설은 애덤스가 청년 시절 유럽을 히치하이킹하며 여행한 기억을 참고했다고 한다.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문학을 전공한 애덤스 자신이 소설만큼이나 엉뚱해서 닭장 청소부, 보디가드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팬들은 그의 우주적 농담(?)과 더불어 삶을 농담처럼 즐긴 애덤스라는 한 인간을 소설처럼 기린다.
기림의 오브제가 타월인 까닭은 소설 속 타월의 실용적 상징적 ‘유용성’ 때문이다. 성간 여행을 하는 동안 머플러나 모포, 담요로도 쓰고, 악취나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용도로도 쓰고…, 무엇보다 타월은 히치하이커로서의 경쾌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다. 그가 숨진 날(5월 11일)로부터 2주 뒤가 ‘타월 데이’가 된 까닭은 애매하다. 소설 속에서 삶과 우주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시된 숫자 ‘42’의 비밀처럼 저 날에 대한 황당하고 ‘심오한’ 설들은 많지만, 최초 제안자가 그렇게 정한 것일 뿐 아무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의 팬들은 SNS에 타월을 든 사진을 공유하고, 역대 우주 대사를 초빙해 낭독회를 열기도 한다. 그 홈페이지에는 경합 끝에 뽑힌 올해의 ‘타월 데이’ 대사도 소개돼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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