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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기대되는 이유

입력
2017.05.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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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12월 18대 대선에서 승리했을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컸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대표적 친한파 학자로, 일본 내 몇 안 되는 양심세력으로 꼽히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도 이중 한 명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위안부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군을 동원해 강제로 연행했는지 여부에 집착하는 일본 내 정서와는 달리 여성의 보편적 인권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여성인 박 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면 감히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와다 교수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박 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직접 만남은 회피한 채 3ㆍ1절 행사나 타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변칙플레이에만 주력했다.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의 이른바 ‘고자질 외교’ 발언 논란도 이런 와중에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2월 한일 양국간 위안부 협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아베 총리의 입을 통한 직접적인 사죄와 반성을 듣지 못한 탓에 여전히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의 오명을 쓰고 구속 수감돼 법정을 오가는 신세로 전락한 박 전 대통령의 처지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행보가 연일 화제다. 일자리 위원회 설치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이어지는 업무지시, 우려했던 코드인사를 멀리한 탕평인사에 이어 임기 13일만에 가진 연차 휴가까지. 하나하나 따져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임에도 파격으로 보이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남긴 비정상적인 유산들과 워낙 대비되기 때문일 게다.

파격의 연속인 문 대통령의 인사 내용 중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특히 관심을 끈다. 비 외무고시 출신, 최초의 외교부 여성 수장 등 수식어도 있지만 자녀의 이중국적 취득과 위장전입 등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음을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까지 외교부 장관직책을 부여하려는 의도를 읽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가진 아베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 정서상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했고, 문희상 특보를 일본에 보내 같은 취지의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외교적으로 치명적인 우를 범할 수 있는 ‘위안부 협의 파기’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결국 현행 위안부 합의를 지키면서 일본으로부터 일정 부분 추가 사과를 받아내는 방향으로 향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도 이런 대세를 거스를 수가 없음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강 후보자는 향후 일본과의 협상을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이 기대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를 지낸 강 후보자는 스스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고자 유엔 근무를 자처한 인물이다. “현존하는 문서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려는 일본의 왜곡된 시각을 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적임자다.

여성 외교부 수장으로서 아베 총리 혹은 협상과 관련된 일본측 고위급 정치인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일깨워야 하는 책임감도 있다.

때마침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일 위안부합의에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 재발방지 약속 등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사실상 재협상을 권고한 만큼 전망도 밝다.

38명. 이제 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숫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할머니들의 한을 제대로 풀어줄 수 있을 지 강 후보자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는 막중하다. 물론 당장 남은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때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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