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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약수를 찾아서…인제 미산계곡과 개인약수

입력
2017.05.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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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고, 풍광까지 좋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약수라니. 지인의 말만 믿고 개인약수를 찾아갔다. 개인 소유가 아니라 약수터 맞은편 개인산(開仁山)에서 딴 이름이다.

개인약수의 주황색 돌탑. 약수의 철분이 산화한 흔적이다. 인제=최흥수기자
개인약수의 주황색 돌탑. 약수의 철분이 산화한 흔적이다. 인제=최흥수기자

길은 인제 상남면에서 홍천 내면을 연결하는 446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미산약수교’를 건너 산으로 이어진다. 더 이상 마을이 없을 것 같은데 좁은 도로는 깔끔하게 포장돼 있다. 큰 고개를 너머 꼬부랑길 끄트머리에 ‘미산너와집’이라는 펜션이 한 채 있고, 10여 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도 갖췄다. 길도 끝이고 가뿐한 마음도 여기까지다. 이곳에서 개인약수까지는 1.5km,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서두르면 45분이라니 경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970m)에 위치한 약수라는 자랑에 오히려 맥이 풀린다.

시작부터 경사진 돌길이다. ‘폭포가 몇 개일까’라는 돌발 퀴즈 표지판에 하나, 둘, 셋까지 세다가 포기했다. 4~5m는 넘을 듯한 폭포도 여럿이고, 돌 틈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는 헤아릴 수 없다. 커졌다 작아졌다 약수터까지 이어지는 계곡 물소리에 그나마 힘을 얻는다.

기포와 함께 퐁퐁 솟아나는 개인약수.
기포와 함께 퐁퐁 솟아나는 개인약수.
개인약수 가는 길은 시작부터 가파른 돌길이다.
개인약수 가는 길은 시작부터 가파른 돌길이다.
관중과 산괴불주머니의 조화.
관중과 산괴불주머니의 조화.
개인약수 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폭포를 만난다.
개인약수 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폭포를 만난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소리가 거칠어질 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야기 팻말도 위안이다. 약수로 지은 푸르스름한 밥맛 덕에 모진 시집살이를 견뎠다는 할머니, 멀리서 온 위장병 환자가 업혀왔다가 걸어나갔다는 목격담 등 옛 마을 주민들의 전설적인 이야기에, 개인약수의 문화 역사 지질학적 특징까지 더한 9개 팻말이 심심찮게 말동무가 돼준다.

이렇게 1시간쯤 오르면 짙은 주황색 돌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약수터에 닿는다. 약수에서 나온 철분이 산화해 녹이 슨 돌들이다. 약수터 옆에 놓아 둔 낡은 플라스틱 바가지에도 녹이 번졌다. 샘은 작지만 기포와 함께 퐁퐁 솟아나는 약수는 알싸하고 시원하고 달다. 약수 한 모금에 효험까지 논할 수 없지만, 힘들여 올라온 수고는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맛이다. 내려가는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시원한 물소리 새소리에 청량한 공기까지, 이곳을 오르내리는 자체가 약수인 셈이다.

내린천 상류 미산계곡.
내린천 상류 미산계곡.
수련회를 온 학생들이 미산계곡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다.
수련회를 온 학생들이 미산계곡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미산약수교 아래 개울에선 수련회 온 학생들이 때이른 더위에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쳐 온 강줄기가 새롭게 보인다. 방태산 자락, 내린천 최상류에 속하는 이곳은 산도 물도 아름답다는 미산계곡이다. 쉬리, 열목어, 얼음치 등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어류들이 사는 물이다. 하류에 비해 수량이 많지 않아 래프팅보다는 1인용 급류레포츠인 리버버깅(river bugging)으로 최근 각광받는 곳이다. 미산정보화마을(http://misan.invil.org)에서 리버버깅뿐만 아니라 낚시, 보쌈, 계곡 트레킹 등 미산계곡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인제=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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