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안에
서울 푸시킨 동상 설치에 화답
“개인적으로 어머니라는 점보다도 대한민국 작가가 러시아에 동상으로 소개된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
2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박경리동상 건립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박경리(1926~2008) 작가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문학 강국인 러시아에서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도 사랑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도 우리에게 더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박 작가의 동상은 러시아 국립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대(상트대)에 건립된다. 러시아에 한국인의 동상이 세워지기는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니콜라이 크로파체프 ‘한러대화’ 러시아 측 조정위원장(상트대 총장)과 이규형 한러대화 한국 측 조정위원장(전 러시아 대사) 등이 자리했다. 한러대화는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2010년 설립된 범정부 단체다.
박 작가 동상이 러시아에 세워지게 된 건 2013년 11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 러시아의 국민작가 푸시킨 동상이 건립된 데 대한 러시아 측 화답이다. 당시 제막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하연설을 했다.
박 작가 동상은 권대훈 서울대 교수가 2014년 3월부터 준비해 그 해 연말 바로 완성했지만 이 후 한-러 양국 대표의 교류가 없어 동상이 실제로 러시아에 옮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상트대 캠퍼스 내 한 정원에 동상 건립이 확정됐다. 크로파체프 총장은 “박경리 동상이 설립되는 정원은 동양학부 건물 바로 옆에 있다”며 “동양학부에는 120년 전통의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고, 동양학부장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이어서 이 부지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의 동상은 내달 대한항공 ‘인천-상트페테르부르크’ 직항편을 통해 무상으로 운송된다. 상트대에서는 동상 기단 제작 작업이 한창이다.
동상 건립에 앞서 러시아 측에서는 박 작가를 연구하고 그의 작품을 러시아에 알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의 협력하에 ‘토지’ 제1권이 완역돼 지난해 11월 출간됐고, 상트대 5개 학부에서는 박 작가 관련 강의가 개설됐다. 박 작가의 문학세계를 주제로 한 세미나도 2014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크로파체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동상 건립을 완성하고 제막식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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