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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박경리 동상’ 드디어 세워진다

입력
2017.05.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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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안에

서울 푸시킨 동상 설치에 화답

한국인으로서는 러시아에 처음 세워질 박경리 작가의 동상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 한러대화 사무국 제공
한국인으로서는 러시아에 처음 세워질 박경리 작가의 동상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 한러대화 사무국 제공

“개인적으로 어머니라는 점보다도 대한민국 작가가 러시아에 동상으로 소개된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

2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박경리동상 건립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박경리(1926~2008) 작가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문학 강국인 러시아에서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도 사랑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도 우리에게 더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박 작가의 동상은 러시아 국립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대(상트대)에 건립된다. 러시아에 한국인의 동상이 세워지기는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니콜라이 크로파체프 ‘한러대화’ 러시아 측 조정위원장(상트대 총장)과 이규형 한러대화 한국 측 조정위원장(전 러시아 대사) 등이 자리했다. 한러대화는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2010년 설립된 범정부 단체다.

박 작가 동상이 러시아에 세워지게 된 건 2013년 11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 러시아의 국민작가 푸시킨 동상이 건립된 데 대한 러시아 측 화답이다. 당시 제막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하연설을 했다.

박 작가 동상은 권대훈 서울대 교수가 2014년 3월부터 준비해 그 해 연말 바로 완성했지만 이 후 한-러 양국 대표의 교류가 없어 동상이 실제로 러시아에 옮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상트대 캠퍼스 내 한 정원에 동상 건립이 확정됐다. 크로파체프 총장은 “박경리 동상이 설립되는 정원은 동양학부 건물 바로 옆에 있다”며 “동양학부에는 120년 전통의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고, 동양학부장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이어서 이 부지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의 동상은 내달 대한항공 ‘인천-상트페테르부르크’ 직항편을 통해 무상으로 운송된다. 상트대에서는 동상 기단 제작 작업이 한창이다.

동상 건립에 앞서 러시아 측에서는 박 작가를 연구하고 그의 작품을 러시아에 알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의 협력하에 ‘토지’ 제1권이 완역돼 지난해 11월 출간됐고, 상트대 5개 학부에서는 박 작가 관련 강의가 개설됐다. 박 작가의 문학세계를 주제로 한 세미나도 2014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크로파체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동상 건립을 완성하고 제막식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정원에 건립될 고 박경리 작가의 동상 실제 모습. 기단은 러시아에서 제작한다. 권대훈 서울대 교수 제공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정원에 건립될 고 박경리 작가의 동상 실제 모습. 기단은 러시아에서 제작한다. 권대훈 서울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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