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뿐만이 아니라 국가정보국(DNI) 등 다른 정보 기관장들에게도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련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수사를 덮으려 한 또 다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ㆍ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말 댄 코츠 DNI 국장과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에게 각각 연락해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결탁이 없었음을 발표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요청은 코미 당시 국장이 의회에서 FBI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임을 공식 확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직후에 이뤄졌다고 WP는 덧붙였다. 코츠 국장과 로저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WP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전 정보기관 소속 고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성명을 내라고 압박한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비판했고, 중앙정보국(CIA)에서 법무 자문을 했던 제프리 스미스는 “FBI의 워터게이트 조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CIA를 이용하려 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시도를 떠올리게 한다”며 “소름 끼치는 권력 남용”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를 그만두라는 식의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메모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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