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회 개최한 경기도
화성시 등 직장운동팀 급조해
1인 100만원 선수 스카우트
일부 지자체 폐막하면 팀 해체
“혈세 낭비 대신 꿈나무 육성을”
경기도민 화합을 위해 개최되는 경기도체전(도민체전)이 출전 지자체들의 ‘쩐의 전쟁’으로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앞 다퉈 돈을 주고 전문 선수를 영입하는가 하면 직장운동부를 급조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화성시 체육회는 도민체전 개최를 앞둔 지난 1~3월 배드민턴 등 10개의 직장운동팀을 창단했다. 곧바로 100여명의 전문선수들을 영입한 시 체육회는 이들 선수를 화성시 소속으로 등록해 대회에 출전시켰다. 선수 1명당 스카우트 비용은 한 달에 50~100여만원. 보디빌딩, 승마 등 선수 층이 얇은 종목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몸값을 지불했다. 화성시는 한층 막강해진 전력을 앞세워 이번 체육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1부 리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돈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현상은 대회 규정상 1년 이상 도내에 거주해야 하는 일반팀 선수와는 달리 시군의 직장운동부는 연고지 규정을 적용 받지 않기 때문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나마 화성시는 1년 단위로 선수와 계약을 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로지 경기도 체육대회만을 위해 3~5개월짜리 단기 운동팀을 만들어 선수를 영입하고, 대회가 끝나면 해체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시 체육회가 지역 우수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영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27~29일 열린 제63회 도민체전에 출전한 한 지자체는 이번 대회에 타 지역 선수 50여명을 포함, 모두 115명을 영입해 10개의 운동팀을 참가시켰다. 한시적으로 팀을 만들거나 그 동안 운영을 중단한 운동팀을 재가동한 경우들이다. 선수들은 3~5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맺고 대회에 출전한 뒤 대회가 끝나면 대부분 계약이 종료돼 팀을 떠난다. 체육회도 운영비 문제로 해당 팀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해체한다.
이번 도민체전에 출전한 31개 시군 선수단 7,243명 중 20% 가량이 직장운동 경기부 소속 선수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시ㆍ군의 선수 영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편법적인 단기 운동부 운영은 물론 대회 운영상의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특정 종목의 상위권을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 선수들이 싹쓸이 하거나 열악한 재정상 운동부를 꾸리지 못한 지자체는 일부 종목의 출전을 포기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경기북부 한 지자체 일반 운동부 감독인 김모(48)씨는 “도민체전을 위한 일회성 팀 창단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을게 아니라 지역 꿈나무 육성에 지원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체육회 관계자는 “단기 팀 등 편법사례가 많다는 점은 알지만 규정상 조치가 쉽지 않다”며 “내년대회부터 적용할 개선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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