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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로 들어간 ‘빅스비’… “오늘 뭐 먹지” 고민 덜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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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로 들어간 ‘빅스비’… “오늘 뭐 먹지” 고민 덜어 준다

입력
2017.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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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기 삼성전자 스마트가전 상무

사물인터넷 기반 패밀리허브에

가전제품 최초로 빅스비 탑재

음성만으로 레시피 검색하고

손 안대고 날씨 검색ㆍ음악 감상

“대화 익숙해지면 삶 편리해질 것”

찌는 듯한 여름 저녁,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 A씨가 스마트폰에 대고 묻는다. “빅스비, 냉장고 안 좀 보여줘.” 냉장고에 남은 음식이 김치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A씨는 다시 스마트폰을 향해 “빅스비, 자장면 좀 주문해 주고 출발하면 TV와 냉장고에 띄워줘”라고 명령한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TV를 보던 A씨는 ‘자장면 배달이 출발했다’는 문구가 뜨자 옷을 갈아입고 배달원 맞을 준비를 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기반 냉장고 ‘패밀리허브’를 둔 가정에서 흔히 보게 될 일상이다. 패밀리허브는 IoT를 본격적으로 주방 가전에 접목시킨 삼성전자의 야심작으로 지난해 3월 첫 출시됐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된 ‘패밀리허브 2.0’은 음성인식이 강화되고 가족 구성원 별 개인 계정 설정이 가능해지는 등 한층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지난달 28일부터 자동 소프트웨어 갱신(업데이트)을 통해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음성 인식을 통해 명령을 수행하던 데서 스스로 학습하며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능까지 더한 것이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출시와 함께 태어난 빅스비가 가전에 적용된 건 패밀리허브가 처음이다.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모든 가전에 빅스비를 탑재하겠다”는 전략의 첫발을 뗀 셈이다.

22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구성기(오른쪽)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스마트가전 상무와 임상욱 연구원이 사물인터넷 냉장고 '패밀리허브'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2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구성기(오른쪽)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스마트가전 상무와 임상욱 연구원이 사물인터넷 냉장고 '패밀리허브'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가전으로 들어온 빅스비는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 레시피 확인과 날씨 검색, 음악 감상 등 초보적인 기능만 가능하다. 22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만난 구성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아직 완벽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런 시도를 처음 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IBM 본사에서 20여년 간 근무하며 AI 플랫폼 ‘왓슨’ 상용화 등을 이끈 구 상무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서 가정용(홈) IoT를 총괄하고 있다.

빅스비는 이용 데이터가 쌓이고 학습량이 늘면 덩달아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진다. 삼성전자는 냉장고가 내부에 있는 재료를 인식하거나 취향에 맞는 음식과 조리법을 추천하고,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와 취향까지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구 상무는 다양한 가전 중 냉장고를 빅스비의 첫 무대로 택한 데 대해 “냉장고는 24시간 켜져 있을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 사용하는 가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가만히 앉아서 보는 TV와 달리 냉장고는 작업 중 이용할 때도 많다”며 “손에 물이 묻어 있어도 목소리로 라디오를 틀거나 조리법(레시피)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용 습관을 감안해 패밀리허브의 빅스비는 냉장고에서 떨어져 있어도 부엌 어디서든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AI 비서들과 비교할 때 빅스비의 강점은 삼성전자 기기를 하나로 묶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여행 중 사진을 찍어 “빅스비, 집 TV에 띄워줘”라고 주문해 가족에게 바로 공유하거나, “빅스비, 폰에 메시지 오면 패밀리허브에 띄워줘”라는 식의 명령도 가능하게 된다. 구 상무는 “삼성 가전은 아마존이나 구글, SK텔레콤 등이 만든 AI 스피커에도 개방돼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연동해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든 ‘랜섬웨어(중요 파일을 암호화한 뒤 이를 푸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해킹 수법) 파문’ 이후 패밀리허브 같은 IoT 가전에 대한 보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넘어 모든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 해킹에 감염됐을 때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 상무는 “보통 가전 업계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 판단하는 기준 이상의 보안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며 “안심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에서 보안 소프트웨어 ‘녹스’를 개발하는 등 자체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다른 업체의 지원이 필요 없을 만큼 안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 상무는 “삼성전자의 목표는 손으로 구동하던 것을 음성으로 가능하게 하는 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TV 리모컨이 없으면 불편하고, 차창은 손잡이를 돌리지 않고 단추를 눌러 내리는 게 당연해 지지 않았느냐”며 “지금은 가전과 대화하는 게 낯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삶이 더 편리해졌구나’ 느끼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냉장고 '패밀리 허브'.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냉장고 '패밀리 허브'.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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