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능력이 없는 금융소비자에게 금융회사가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약탈적 대출’을 원천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약탈적 대출 금지 조치를 포함해 문재인 대통령의 소비자 보호 관련 공약들에 대해 본격적인 실무 검토작업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그간 문제로 지적된 금융사의 약탈적 대출을 원천 금지하고,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 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는 최대한 낮추면서 금융소비자의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금융사의 약탈적 대출을 막는 방안이 신속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약탈적 대출이란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소비자에게 금융사가 돈을 빌려준 뒤 고금리를 물리거나 대출 연체시 담보물 압류를 넘어 높은 연체료까지 물리는 식의 영업 행태를 뜻한다. 미국, 영국 등에선 이미 약탈적 대출을 금지하는 제도가 시행 중인데, 대출받은 사람이 금융사에 주택 등 담보만 넘기면 더 이상 상환 의무를 지지 않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간 금융당국의 약탈적 대출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생ㆍ주부ㆍ사회초년생 등 취약계층 대상의 묻지마 대출이 여전히 성행한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판단이다. 상환 능력이 없는데도 가입서류를 꾸며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들의 영업 행태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공약으로 내세웠던 원리금상환비율(DSR)이 앞으로 약탈적 대출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DSR은 대출자의 모든 원리금 상환부담을 소득과 비교하는 지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적정 DSR을 넘으면 약탈적 대출로 보고 금융사에 책임을 묻는 식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사가 서비스 제공 대가로 물리는 수수료가 적정하게 매겨졌는지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를 구제할 전담기구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선 이런 소비자 친화적인 개혁 조치들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수수료 적정성심사 제도는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못지 않게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거부감도 상당하다. 시장에서 정해져야 할 적정 수수료를 정부가 판단할 경우,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적정 수수료의 판단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가 향후 정책 현실화 과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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