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산책하고 사찰서 담소
길 가다 만난 주민과 셀카 찍고
경호 차량 없이 이동 ‘파격 행보’
문재인 대통령이 짧은 하루 휴가에도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사저 근처의 주민들과 ‘셀카’를 촬영하고, 모친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경호 차량 없이 이동하는 등 마치 유명인이 고향집에 들른 풍경이었다. 반려견과 산책길에 들른 사찰에서 담소를 나누는 소탈한 모습도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22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갖고 정국 구상을 다듬었다. 대통령 당선 전에도 휴식이 필요할 때 양산 자택을 찾았던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연차를 내고 양산을 찾아 망중한을 즐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건국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취임해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왔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월요일에 연차를 사용하고 재임중 사저를 방문한 것 모두 이례적이다. 청와대측은 “대통령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직과 민간의 연차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대통령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휴식을 즐기는 방법도 남달랐다. 문 대통령은 양산에 내려간 21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양산 한 공원 묘원의 선친 묘소를 참배했다. 마주치는 주민들과 사저에 찾아오는 지지자들을 막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마다하지 않았다. 양산 사저에 살고 있는 반려견 ‘마루’와도 반갑게 해후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반려견과 함께 인근 사찰을 방문해 휴식을 즐기는 모습도 공개됐다. 양산 사택에 거주할 때 안면이 있던 사찰 관계자들과 전과 다름없는 담소를 나눴다. 주지스님은 취재진에 “평소에도 권위를 내려놓고 시골 아저씨처럼 벙거지 모자를 쓰고 집안 팎 손질과 화초 등을 가꾸는 모습을 많이 봤다”면서 “이웃처럼 지낸 사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양산 자택에서 부산 영도구 모친의 자택을 방문하면서 경호 차량 없이 이동하는 파격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들과 버스 한 대에 몸을 실었다. 통상 대통령은 공식ㆍ비공식 관계없이 외부 일정을 소화하면 전용 방탄 차량을 이용하는 게 관례다. 방탄 차량 주변에는 청와대 경호실 소속 차량과 경찰 차량 여러 대가 따르고, 경호 차량이 주변 통신을 차단한다. 이날 문 대통령이 경호 차량 없이 이동한 건 시민들이 겪을 불편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청와대 측은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경호 차량을 운행하지 않고, 버스 한 대에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가 모두 탑승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상경할 예정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