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사내 특허왕 김지현씨
음성 기반 제어장치 기술 등
최근 2년 동안 14개나 출원
게임 제작ㆍ배급사 넥슨 플랫폼본부의 개발자 김지현(37)씨는 ‘사내 특허왕’이다. 20대에 게임 개발사를 운영하다 야후코리아와 네이버 등을 거쳐 2014년 넥슨에 입사한 김씨가 최근 2년간 출원한 특허는 14개나 된다. 어렵다는 기술 분야 특허를 1년에 7개꼴로 쏟아낸 것이다. 본업인 게임 플랫폼 기획을 하며 짬을 내서 출원한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 본사에서 만난 김씨는 “아이디어만 제대로 잡으면 회사가 행정처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품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교 재학시절 이미 유명 비디오게임기의 컨트롤러를 PC로 구현했을 정도로 프로그램에 일가견이 있었다. 6년간 개발업체를 운영하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했지만 당시에는 ‘절차와 과정이 복잡할 것’이란 생각에 특허 출원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투자유치를 위해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얼마 후 타사의 제품으로 출시된 것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비로소 특허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특허에 대한 갈증은 계속됐지만 업무에 치어 출원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넥슨의 사내 특허 정책을 확인한 김씨는 무릎을 쳤다. 넥슨은 직원이 특허를 출원하면 보상금 50만원, 등록을 하면 최대 500만원을 준다. 지난해 도입 이후 아직 수혜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특허를 팔거나 라이선스 수익금이 생기면 최대 3억원의 보상금을 주는 제도도 있다.
김씨는 “보상금보다도 지식재산권(IP)팀에서 복잡한 행정처리를 도맡아 주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출원한 특허 중 아직 심사가 마무리돼 등록된 것은 없지만 김씨는 “기술적 특허이고 출원 전 조사를 해 등록 여부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출원한 14개 중에서도 ‘음성 기반 제어장치 및 방법’은 중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원천기술이라 특히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2009년 넥슨에 합류한 IP팀 변리사 오승현(36)씨는 김씨의 든든한 파트너다. 그는 “게임업계는 특허 출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바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출원하도록 지원하는 게 IP팀의 역할”이라며 “사내 특허 정책 시행 이후 한국 임직원 2,300명 중 100명에 육박하는 이들이 특허를 출원했다”고 말했다.
과거엔 베끼기가 범람했던 게임업계지만 2010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IP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연간 2, 3건 정도에 불과하지만 오씨는 “저작권 중심에서 앞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분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허 장려 정책은 기술적 가치가 존중 받는 시대를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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