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 시위 알고서도 안 막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졸업식 축사를 위해 한 대학을 찾자, 졸업생과 가족들이 ‘퇴장시위’를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ㆍ반 무슬림 정책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졸업생들의 퇴장에 펜스 부통령은 낭패를 겪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퇴장시위’가 벌어진 장소는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의 노트르담대. 펜스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졸업식 연설에 나선 이 대학은 이전까지 대통령 6명이 졸업식 연사로 나섰던 곳이다. 학교 당국은 애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부르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대로 인디애나주지사를 지냈던 펜스 부통령을 대신 초청한 것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던 학생들의 반감이 애꿎은 펜스 부통령에게 쏟아진 이유이다.
펜스 부통령은 축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신앙의 자유를 박해하는 이들에 대해 반대한다”는 연설을 했다며 이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축사를 시작하자마자 졸업생과 가족 등 수백명이 조용히 식장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일부 졸업생은 학사모에 거꾸로 된 성조기나 “우리 아직도 위대해지지 않았나요?”라는 문구를 붙여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시절 구호를 비꼬기도 했다. 이에 앞서 졸업생 대표인 조슈아 파인도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 장벽 건설과 무슬림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연설을 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퇴장 시위 계획을 알았으나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축사를 이어간 펜스 부통령은 퇴장 시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차별적 언어를 피하는 규범(speech code) 같은 것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 주 글로벌 시티 칼리지 졸업식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졸업 축사 도중 학교 주변에서는 ‘반(反) 트럼프’ 항의행진이 벌어졌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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