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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혁과 통합이 공존하는 탈진영의 정치를

입력
2017.05.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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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후 10여 일이 지났다. 청와대 참모진 구성 및 내각 인사에서 적폐청산과 재벌개혁 의지를 상징하는 인물이 부상했다. 검찰인사와 감사에서도 작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9년 간 공식석상에서 배제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었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두 기간제 교사가 순직 인정을 받았다. 진보 대통령의 개혁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동시에 취임 직후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정의 우선순위도 대선후보들의 공통 공약에 두겠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이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경쟁한 반대파 인사와 실무 경험을 가진 직전 정부의 인사도 두루 중용하는 예상 밖의 인선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안정과 통합이라는 보수적 가치도 엿보인다. 특정 가치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 개혁의 가치와 통합의 가치가 공존하는 새로운 실험인 셈이다. 인선의 의외성, 격식을 넘어선 소통 스타일보다 문재인 정부 10여일이 보다 파격적으로 읽히는 핵심이다.

일단 새로운 실험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각종 조사에서 80% 이상을 훌쩍 넘는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으며, 정치권과 언론 등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집권 초기의 ‘허니문 효과’나 촛불과 탄핵정국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효과’로 볼 수도 있지만, 새로운 국정실험의 위력이라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적폐청산(개혁)’과 ‘통합(연정/협치)’은 공존 불가능한 대립된 가치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의 유력 주자들은 ‘통합=반(反)개혁’으로, 보수의 대표 주자는 ‘적폐청산=반(反)통합’으로 재단하며 진영을 결집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양 극단의 시민보다 적폐청산을 지지하는 동시에 통합적 협력정치를 지지하는 시민이 다수를 점한다. 진영의 관점에서는 적폐청산과 통합, 개혁과 안정, 성장과 복지, 동맹과 남북화해가 대립하지만, 현실에서는 양 가치를 동시에 지지하는 ‘가치공존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기존 진영론의 영향을 받는 유권자가 각각 25~30% 수준이라면 양 가치를 동시에 지지하는 가치공존층이 대략 35~40%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유권자 지형은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며 이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다수 지지를 확보할 수 없는 구도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지난 대선을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서 진보가 승리한 것으로 오판하고 진영대결의 관점에서 국정을 시작했다면 여론의 반응도 달랐을 것이다.

10여일의 파격이 일시적 일탈이 아닌 새 정부의 국정모델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때만 되면 고개를 드는 ‘좌클릭’, ‘우클릭’ 논쟁과 확실히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당장 지난 선거과정만 복기해 보자.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의 진영대결 구도로 캠페인을 펼칠 때는 지지율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정을 주장하던 상대후보를 적폐와 제휴한 후보로 규정해 대결하는 모습이 통합의 가치를 배척하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대세론의 균열을 자초하기도 했다. 선거 후반, 적폐청산과 함께 당내 반대파에 대한 포용, 집권 후 협치와 통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조정을 이룬 후 당선 안정권에 접어들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지 않겠냐는 불안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책인가 여부다. 이념적으로 마땅치 않다고 해법에 반대하는 사람은 한국사회의 다수파가 아니다. 진보적 해법이 필요한 문제는 과감하게 진보적 행보를,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는 보수적 방향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가치공존이 가치중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반된 것으로 이해되어 온 가치들이 공존 가능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과 필요하다면 어떤 가치도 갖다 쓸 수 있는 유연한 용기가 중요하다. 새 정부의 국정실험이 임기 끝까지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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