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노동 조건 열악한 탓에 주관적으로 스스로를 비정규직 규정”
정규직 근로자 10명 중 1명은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에 버금갈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이 이유였다.
22일 김기홍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이 ‘객관적 고용형태와 주관적 고용형태 비교’ 보고서에서 한국노동패널조사 2009~201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 중 스스로를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전체의 10.7%에 달했다. 이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6.9%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런 인식 차이는 주로 주당 평균노동시간과 월평균 임금 등 근로 여건에서 비롯됐다. 자신을 비정규직이라고 여기는 정규직 근로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7.2시간, 월 평균 임금은 175만4,000원이었다. 이는 스스로를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시간(46.5시간), 임금(290만6,000원)과 격차가 컸다. 특히 시간당 평균 임금(8,900원)은 스스로를 정규직이라고 인식하는 정규직 근로자(1만5,000원)의 60%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자신을 정규직으로 여기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 여건이 더 나은 편이었다. 이들은 주당 46.5시간을 일하고, 238만3,000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당 평균임금(1만2,500원)도 높았다.
한편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정규직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46%로, 자신을 정규직으로 보는 정규직(94%), 자신을 정규직으로 보는 비정규직(78%) 근로자의 가입률에 훨씬 못 미쳤다.
김 연구원은 “객관적인 고용 형태가 정규직이라도 노동 조건이 열악하면 주관적인 고용 형태는 비정규직이라 볼 수 있다”며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정규직을 세분화하는 등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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