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정규직 전환 첫 사례
이형희 사장 취임 후 본격 추진
5,200명에 달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기로 한 SK브로드밴드의 행보가 새 정부 주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구현하는 민간 기업의 첫 번째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형희(사진) SK브로드밴드 사장의 통 큰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이 사장이 취임한 지난 1월 회사 내부적으로 하청업체를 통해 위탁 고용된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안을 마련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5개월여 진행된 검토 끝에 SK브로드밴드는 다음달 초 자본금 460억원 규모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현재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IP)TV 등 홈 상품 설치기사, 개통 및 사후서비스(AS) 관리 인력 등 홈센터 직원 5,189명을 2018년 7월까지 모두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직원들은 홈센터로 불리는 대리점의 정규 직원들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은 아니지만 하청업체를 거친 간접 고용이어서 노동계에선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SK브로드밴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직접 고용 때 직원을 잃게 되는 대리점 사장 등 하청업체 고용주와의 충돌, 하청-재하청 업체간 갈등 등을 우려해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는 하청업주와의 충돌 등 직접 고용으로 발생하는 부작용까지 불식시키는 강력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자회사 센터장으로 재고용하거나 회사 유관사업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상금과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부사장 시절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비효율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던 이 사장이 공격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이번 정규직 채용도 이 사장 취임 후 본격적으로 탄력 받았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IPTV 등 유선통신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지 오래라 하청업체들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형편”이라며 “고객과의 최대 접점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해 주면 결국 현장에서의 서비스 입소문 효과, 신규 상품에 대한 효율적 마케팅 등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