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초반 그려진 ‘관음보살내영도’가 최초로 발견됐다. 내영도는 서방 정토에 사는 아미타불이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맞아들이는 장면을 묘사한 불화인데 아미타불 대신 관음보살이 등장하는 그림은 전례가 없었다.
21일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유럽 등에 총 30점 가량 남아 있는 고려시대 내영도 중 관음보살만 등장하는 그림은 이 불화가 유일하다. 내영도는 아미타불이 혼자 등장하거나 관음보살, 대세지보살과 함께 나타나는 형식이 일반적이었다. 문 소장은 “이 불화는 아미타, 관음신앙의 절정을 보여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기법과 양식 등을 정밀 감정한 결과 1300~1319년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과거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올해 2월 국내 한 사립박물관장이 우연히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음보살내영도는 가로 34.5㎝, 세로 83㎝ 크기 비단에 그려졌다. 관음보살이 구름을 타고 극락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표현했다. 관음보살은 주로 보관에 화불(변화한 부처)을 가지는데 화불이 보관이 아닌 연꽃 가지 위에 그려져 있는 경우도 이 불화가 유일하다. 관음이 머리에 쓴 보관을 비롯해 목걸이, 팔찌, 옷자락 등은 금선묘로 화려하게 표현됐다. 특히 관음의 옷자락에 연꽃과 당초, 보상화, 모란 잎의 4가지 식물무늬가 한꺼번에 그려진 것이 독특하다. 문 소장은 “옷자락에 그려진 모란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형태에 줄기가 좌우대칭을 이루는데, 이는 1300년 전후 고려불화에서 주로 나타나는 표현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관음보살내영도의 역사적 의미를 분석한 논문은 내달 15일 학술지 ‘강좌미술사’에 게재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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