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23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사는 주부 수전 텔럼(Susan Tellem)과 남편 마셜 톰슨(Marshall Thompson)이 1990년 비영리 거북이 보호단체 ATR(American Tortoise Rescue)를 설립했다. 위협적 상황에 처한 거북이라면 어떤 종이든 구조해서 치료한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그들과 ATR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구한 거북이가 약 4,000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일을 세계인이 함께 하자고, 적어도 거북이의 멸종을 앞당기는 일에 가담하지는 말자고 2000년 벌인 게 ‘세계 거북이의 날’을 지정하는 거였다. 소수 회원들이 시작한 캠페인에 여러 국가 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이 동조하면서 이제는 제법 국제적인 행사가 됐다. 그 호응의 주요 밑천은 거북이, 특히 어린 거북이의 매력이었지만 그건 위기의 원인이기도 했다. 학자들은 지금 추세라면 50년 안팎으로 거북이가 멸종하리라 전망한다.
그들을 위협하는 것들은 꽤나 많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해안 개발. 근년 들어 속도는 둔화했지만, 산란지인 모래사장은 지금도 사라지거나 오염되고 있다. 원양어업 특히 참치 기업들의 집어 장치를 동원한 무차별 선망어업도 지탄의 대상이다. 참치 그물에 희생되는 고래 등 해양생물이 적지 않고, 그 중 하나가 거북이다. 거북이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국가들도 꽤 된다. 동남아 등 몇몇 국가에서는 강장식품으로 밀거래 되기도 한다.
하지만 ATR이 가장 힘들여 막아온 것은 어린 거북이를 애완동물로 거래하는 일이다. 등껍질이 4인치 미만인 바다거북이는 미국의 경우 거래 자체가 불법이지만, 거꾸로 4인치 이상 자란 거북이는 인기가 별로 없다. 앙증맞은 어린 거북이의 매력에 넘어가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어른들은 여전히 많다. 법의 규제도 애당초 거북이 보호가 아니라 어린 거북이들이 살모넬라 균의 숙주여서 인간, 특히 어린이 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었다. 2007~08년 미국 34개 중에서 발병한 살모넬라 전염 원인이 애완 거북이였다.
해양파충류인 거북이에겐 적당한 물과 햇빛, 정화시설과 적정 공간이 필요한데, 그들이 평균 수명을 살만큼 장기간 정성을 쏟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애완용 거북이는 평균 10년을 살고, 종에 따라 100파운드 이상 몸집을 키운다. ATR이 구한 거북이들이 대개 그런 버림받은 거북이였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