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달러 규모 자산 향후 3~5년새 최대 2조달러 이상 줄일 듯
급격한 자산축소는 기준금리 인상 못지 않은 충격
“연준 자산축소로 아시아 신흥국서 자금유출 가능성”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 별개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움직임이 향후 국내외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풀어놨던 막대한 유동성을 다시 빨아들일 경우 시장금리는 물론 신흥국 투자자금에도 급변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자산축소가 기준금리 인상 못지않은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전 8,000억~9,000억달러에서 지난달 기준 4조5,000억달러까지 불어난 자산 규모를 향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등에서 예고했다.
연준은 그간 제로 금리에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돈을 찍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대거 사들이는 방식(양적완화)으로 경기를 부양해 왔다.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과도하게 불어난 자산규모도 줄여 향후 경제위기 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자산축소는 급격한 금리인상 못지 않게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연준 보고서 등을 참조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연준은 당장 올해말~내년초 만기를 맞는 국채, MBS에 재투자하는 금액을 줄이기 시작해 2020년 중반~2023년 자산규모를 2조3,000억~3조3,000억원으로 줄일 전망이다.
당장 내년엔 3,850억달러(국채 2,600억, MBS 1,250억달러), 2019년엔 4,900억~5,300억달러(국채 3,500억, MBS 1,400억~1,800억달러)씩을 줄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제 투자은행(IB)들은 연간 3,600억달러만 줄여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채권 보유 규모를 줄이는 만큼 시장에 채권이 다시 풀리면 채권값 하락(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여파를 감안해 HSBC는 내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횟수 전망을 3회에서 1회로 조정했다.
시장금리 변화는 글로벌 자금 이동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이날 보고서에서 “연준의 자산축소가 신흥국엔 자본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간 연준이 자산을 늘리며 풀었던 유동성이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자금으로 유입됐지만 반대로 연준이 보유자산을 줄이면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금유출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 2013년에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발언에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넉 달 사이 1%포인트나 급등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바 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앞으론 연준이 금리인상과 자산축소를 통화정책의 주요수단으로 함께 활용하는 ‘뉴 노멀’이 예상된다”며 “자산축소가 금융여건 악화 등과 겹쳐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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