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후보 시절 고위 공직에서
‘5대 비리’ 배제 공약 어긋나
검증 공세 대비 사전 포석
청와대는 21일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 장관에 강경화(62)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자녀의 국적 문제와 위장전입 사실을 선제적으로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먼저 매를 맞겠다는 취지지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강경화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1984년 강 후보자의 미국 유학 중에 태어난 장녀가 이중국적자이며, 2006년 2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또 “장녀가 미국에서 1년 간 고등학교를 다니다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친척 집으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어 “이런 신상문제에도 발탁한 것은 후보자의 외교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미리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향후 검증 공세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위장 전입의 경우 진학, 투기 등 목적이 달라 일괄적인 판단이 어려운 만큼 미리 공개해 판단을 받는 한편, 논란을 상쇄할 수 있는 여성 후보자로서의 전문성과 상징성을 강조하자는 전략이다.
청와대의 선제적 대응과는 무관하게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중국적 문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고, 위장전입 문제 역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5대 비리’에 해당해 그 자체만으로 낙마 사유가 될 수 있다. 당장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만으로도 고위직 배제 대상”이라며 “(문 대통령이 정한) 인사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강 후보자 측은 논란에 사과하고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 후보자 남편인 이일병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녀의 위장전입 논란에 사과 드린다”면서 “가족이 상의했고, 큰 딸이 곧 미국 국적을 포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