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새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을 확정, 발표했다. 그 동안의 고심을 보여주듯 문 대통령이 직접 인선 내용과 배경을 설명한 이날 인사에서 장관급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정의용 전 제네바 대사가 임명됐고, 외교부 장관 후보에는 여성외교관으로 유엔 최고위직에 오른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특보가 지명됐다. 최근 미국에 특사로 다녀온 홍석현 신문협회 고문과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대통령 통일ㆍ외교ㆍ안보 특보에 임명됐다.
새 외교안보 진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령탑에 군 출신 대신 외교통을 기용하고 장관에 비외무고시 출신 여성을 지명한 점이다. 선거캠프에서 외교자문단장을 지낸 정 신임 안보실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외교안보TF 단장을 맡아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조정하는 등 일찌감치 중용이 점쳐져 왔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멘토 역할을 해온 문 교수도 저울질했겠지만, 한미동맹 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다자 외교 및 통상전문가로 외교관 이력을 쌓아온 정 실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대통령이 "북핵ㆍ사드 등 안보ㆍ외교ㆍ경제가 얽힌 숙제"를 푸는 덕목으로 확고한 안보정신과 외교적 능력을 강조한 배경이다.
외교부 장관 후보로 정통 외교관 출신 대신 강 특보를 지명한 것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이상으로 유리천장을 뚫은 파격 인사로 꼽을 만하다. 대통령 공약인 '여성 30% 내각 등용' 의지를 보여주면서 '끼리끼리' 문화와 특권에 물든 외교부의 물갈이와 세대교체 의미까지 담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이유다. "외교분야에서 최초ㆍ최고 여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외교전문가로 내각구성과 성 평등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설명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강 후보자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인권ㆍ난민 분야 전문성을 쌓으며 형성한 넓은 네트워크가 다자외교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신선함과 파격만큼 우려와 주문도 적지 않다. 이른바 '스트롱 맨'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격랑은 미ㆍ중ㆍ일ㆍ러 등 주변 강대국과의 정무적 경험이나 고리가 약한 '연성' 진용이 감당하기 벅차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홍석현 문정인 두 특보를 임명하며 "국제사회에서 능력과 권위를 인정받은 두 분이 정책기조와 방향을 저와 의논하고 함께 챙길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 것일 게다. 조만간 내놓을 대북정책 기조나 국방부 장관 등 인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를 잘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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