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구 최고위직 진출 여성
국제 인권 분야 최고 전문가
방송국 PD 등 다채로운 이력
DJ 한미정상회담 통역 맡기도
非외시ㆍ非북미 라인 출신
文 대통령, 외교부 파벌 개혁 의지
21일 첫 여성 외교부 장관에 지명된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는 한국보다 국제사회에서 이미 유리 천장을 깬 ‘파워 여성 엘리트’로 평가 받는다. 한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기구 최고위직에 진출한 것은 물론 유엔 내에서 이미 인도주의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는 발탁은 한국의 세련된 품격을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동시에 그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우리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강 후보자는 또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비(非)외무고시 출신에 비(非) 북미라인 출신이기도 하다. 외교부 내 파벌주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는 평가다.
강 후보자는 방송국 PD로 일하다 외교부에 들어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화여고,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BS 영어방송 PD 겸 아나운서로도 일했던 그는 1997년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간 통화를 통역했던 인연으로 1999년 김 전 대통령의 방미 당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통역을 맡았다.
외교부 특채로 뒤늦게 외교부에 합류한 그는 이후 글로벌 파워 여성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2005년 국제기구국장(당시 국제기구정책관)을 역임하며 당시로는 두 번째 여성 국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임기 막바지였던 2006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판무관이 됐고, 2011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를 역임했다. 2013년 재난 등 비상상황에 처한 회원국에 유엔의 자원을 배분하는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겸 부조정관을 맡는 등 명실상부 유엔 내 인도주의 업무의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강 후보자를 아는 외교가는 강 후보자 지명에 놀라는 한편 외교장관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고위 소식통은 “온화하면서도 강단이 있다”며 “윗사람이 듣기 싫은 말도 필요할 경우 머뭇거리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외교부 출신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외무고시 출신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국장에 오를 정도로 내공이 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강 후보자 발탁은 ‘국제사회에서 통하는 여성 지도자’를 외교부 장관으로 발탁해 국격을 높이는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국무장관 출신의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힐러리 클린턴, 호주의 줄리 비숍 외교장관 같은 세계적 여성 리더십을 키워보겠다는 의지도 담긴 셈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외시 출신으로선 충격이겠지만, 그걸 넘어선 능력 위주 인사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면서 우리 외교의 지평을 4강 외교 바깥으로 넓히려는 의지가 투영됐다”고 평가했다.
강 후보자는 아울러 ‘국민에게 숨기지 않는 투명한 외교’를 지론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어느 부처 보다 외교관계에서 대외 비밀이 많지만, 강 후보자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외교관계에서 국민들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고 전했다. 전임 박근혜정부에서 외교부 역시 국민들과의 소통에 미흡했다는 점을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국민 소통에도 상당한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업무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약점이다. 북핵 이슈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 민감 현안은 국가안보실(NSC)이 직접 챙기거나 차관 등 외교부 주요 보직에 북핵 외교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배치할 것으로 관측된다.
▲1955년 서울 ▲이화여고·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매사추세츠대학 커뮤니케이션 박사▲외교통상부 장관보좌관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고등판무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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