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경제라인 인선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 논란을 빚어 온 금융권 공공기관 수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능력과 개혁’에 방점을 찍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상 지나치게 전 정권 색깔이 강한 인사들은 임기와 관계 없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 후보가 결정되면 금융 공공기관장에 대한 옥석가리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의 10개 공공기관장 가운데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인 기관장은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올 10월까지)이 유일하다. 나머지 기관장들은 지난 정권 후반기에 임명돼 임기가 2,3년 가까이 남았지만 대부분 정치색이 옅은 관료 출신이어서 대거 물갈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교체 1순위 대상으로 꼽히는 이는 금융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를 받는 한국거래소 정찬우 이사장이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그는 18대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부위원장 재직 시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도운 임원을 승진시키라고 KEB하나은행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조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작년 2월 취임해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 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취임 당시 친박 계열로 분류됐던 인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연착륙시키는 등 무난하게 산은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2012년 대선 전 금융인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선언에 앞장선 경력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융 공공기관장 인사는 금융위원장 인선을 시작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10여명에 달한다. 현직 관료 중에선 정은보 현 금융위 부위원장과 윤종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민간 출신으로는 노무현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 참여연대 출신으로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한 김기식 전 의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이 거론된다. 학계에선 진보학자로 꼽히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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