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에 조영욱(고려대) 그리고 좌우 날개에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바르셀로나B)를 배치하는 삼각형 조합을 중요한 경기에서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가장 신뢰하는 공격 라인이라는 의미다.
조영욱은 지난 14일 세네갈과 평가전 때 이영표 KBS 해설위원으로부터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무는 능력이 대단하다. 수비수를 아주 괴롭게 한다. 내가 직접 상대해 본 사무엘 에투 같다”는 극찬을 들었다. 에투는 카메룬 출신의 전설적인 공격수다. 신태용 감독도 “조영욱은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좋고 헌신적이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득점이 저조할 때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스트라이커의 숙명이다. 조영욱은 올해 들어 지난 1월 포르투갈 평가전, 세네갈전에서 각각 1골씩 두 골에 그쳤다. 조영욱이 상대 수비를 흔들며 희생하는 사이 이승우와 백승호가 그 틈을 파고들어 펑펑 골을 터뜨렸다. 바르샤 듀오가 주목 받을 때면 조영욱은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그는 “칭찬을 들어도 골이 적다는 건 늘 마음 한 구석에 부담이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
조영욱은 20일 기니와 U-20 월드컵 개막전에서 마음고생을 훌훌 날려버릴 수 있었다. 1-0으로 앞서던 전반 막판 왼쪽을 돌파해 들어간 이승우의 패스를 받아 깔끔한 슈팅으로 그물을 갈랐다. 관중석 앞으로 달려간 그는 포효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비디오판독으로 골이 취소됐다. 이승우가 패스할 때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갔다는 이유였다.
팀이 3-0으로 완승을 거둬서인지 경기 후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비디오판독 이야기에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 진짜로, 진짜로 골 넣고 싶었어요. 너무 간절했고 골이 들어가서 진짜 좋아했는데...”
아직 영상을 보지 못했다는 그는 “근데 그거 (공이) 나간 거 맞아요?”라고 묻기도 했다. “아웃은 맞다”고 답하자 또 한 번 씁쓸해했다.
아직 기회는 많다. 신태용 감독은 기니전 뒤 “조영욱이 한 단 계 더 올라섰다. 득점은 인정 안 됐지만 앞으로 더 기대 된다”고 했다. 23일 아르헨티나와 2차전이 진검 승부다. 조영욱은 “내 양 쪽이 바르셀로나라는 자부심을 갖고 경기할 것”이라 깔깔 웃었다. ‘바르샤 듀오’를 거느린 스트라이커가 두려울 게 뭐 있겠냐는 말로 들렸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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