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눈엣가시’ 인사가 새 정부의 청와대에 입성했다. 법무비서관으로 21일 임명된 김형연(51ㆍ사법연수원 29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다.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 분산’ 등 판사들이 입밖에 내기 어려운 ‘금기’를 과감히 언급하며 ‘사법부 수술’을 주장해온 법관의 발탁은 ‘사법개혁’ 메스를 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법원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직설을 던진 ‘강골 판사’다. 최근 대법원장의 비민주적 임명절차와 현 법관인사제도 등을 다룬 사법개혁 논의 학술행사와 관련해 법원행정처의 축소지시 의혹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그는 대법원에 찍힌 ‘국제인권법연구회’(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 간사로 당시 행사를 외부와 진행하자며 사법개혁 이슈 논의를 사실상 주도했다.
법원장의 부당 개입 때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명박(MB) 정부 때인 2009년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전 대법관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관련 촛불시위에 대한 재판에 부당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신 전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는 첫 실명 글을 내부망에 올리며 비판 여론을 이끌었다.
그의 임명에 비추어,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부에 진보 성향의 법관 인사들이 대거 지명되는 등 개혁 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법원 부장판사는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 진보적인 소장 판사들의 대표격 인물”이라며 “현재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수뇌부들에 대해 확실히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해온 인사가 사법부 담당 비서관으로 임명됐으니 법원에 인적 쇄신과 개혁의 압박이 크게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원에서 많이 긴장하게 됐다”고 짧게 말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소신에 배치되는 사안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법원 내 소장파 판사로 회자된다”며 “원만하고 점잖은 성향으로 대법원장 권한 분산과 법관 독립성을 주장하는 등 사법제도 개혁의 의지가 남다르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권분립 원칙에 비춰 뒤탈을 낳을 게 뻔한 만큼 청와대 개입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인천 출신의 김 신임 비서관은 서울 사대를 졸업해 1997년 사시에 합격, 2000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13~2015년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파견근무도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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