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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낙하산’ 사장의 사퇴

입력
2017.05.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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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은 ‘박근혜를 끌어내린 13명의 기자들’을 창간기획기사로 실었다. 언론 문제를 주로 비판적 시각에서 다루는 미디어오늘이 기자들의 활약상을 담은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낸 것은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치고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이끄는데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론은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취급 받기도 했다. 촛불 집회에서는 “박근혜 퇴진”과 함께 “언론도 공범이다”는 구호가 터져 나왔고 언론 적폐는 청산돼야 할 긴급과제에 포함됐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전개된 각 분야의 숨가쁜 개혁 행보와 달리 언론의 움직임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그러나 조준희 YTN 사장이 임기를 10개월이나 남겨놓고 19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언론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IBK기업은행장 출신으로 언론과 무관했던 그는 2015년 YTN 사장으로 전격 발탁돼 언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밀실인사니 낙하산인사니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언론인 출신 경영진이 얼마나 무능하고 행실이 실망스러웠으면 저런 사람을 사장으로 앉혔을까 하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 조 사장이 물러난 것은 직원들의 압박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YTN 직원들은 기수 별 성명을 내고 자사 해직기자의 복직과 방송 공정성에 대한 조 사장의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 지난해 12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YTN 사장이 최순실과 관계 있다는 제보가 당에 들어왔다”고 의혹을 제기해 구설수에 휘말린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조 사장이 물러나면서 눈길은 KBS MBC 연합뉴스 등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고 있다. 모두 공영언론으로 공공이익과 공정보도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아왔다.

▦ 그러나 실제로는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과 유족 폄하 등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고 선거보도 등에서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조 사장이 사임한 뒤 전국언론노조 KBS와 MBC 본부가 사장과 간부들의 사퇴를 일제히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MBC는 조 사장이 물러난 19일에도 보도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간부들의 지시에 반발한 직원들의 징계를 확정하는 등 조금의 변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조 사장의 퇴진이 언론의 변화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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