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득표로 강경파 라이시 눌러
보수파 불만ㆍ경제 개혁도 과제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하산 로하니(68) 현 대통령이 57%에 이르는 높은 지지율로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이란 비핵화 합의로 대표되는 개방 외교와 사회 개혁 노선에 대한 이란 국민의 지지를 재확인한 셈이 됐다. 그러나 부진한 체감경기를 개선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공화당 정권의 대(對)이란 강경 노선에 대응하는 등 산적한 난제를 풀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로하니 대통령은 대선 승리가 확정된 20일 첫 방송 연설에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극단주의와 작별할 것”이라며 자신의 승리를 ‘보수 강경파에 맞선 개혁파의 승리’로 규정했다. 영국 BBC방송도 로하니 대통령의 승리를 “개혁파의 복수”라고 평가했다. 선거 막판 라이시 후보의 승리를 예측한 보수 언론의 ‘표몰이’에 위기감을 느낀 도시민ㆍ청년층ㆍ중도 성향 유권자가 대거 투표장에 나오면서 투표율은 73.5%에 이르렀다. 특히 수도 테헤란에서는 2013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500만명 이상이 투표소에 나왔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결선투표 없이 한번에 재선을 달성했지만 로하니 대통령은 내외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우선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의 힘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슬람공화국을 표방하는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헌법수호위원회가 군부인 이란혁명수비대 통제권을 포함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선거가 끝난 후 이란 유권자의 참여율이 높았던 것을 칭찬했지만 정작 로하니 대통령의 재선은 축하하지 않았다.
로하니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4년간 반미ㆍ반서방 성향인 보수세력과 군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무기로 로하니 대통령의 정치개혁을 방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혁명수비대는 로하니 집권기에도 개혁 성향 언론인ㆍ예술가ㆍ이중국적자를 반국가행위 혐의로 체포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보수진영은 로하니 대통령이 주장해 온 비핵화 협정이 ‘굴욕협정’이라고 비판하며 정치자유와 여성인권 보장에도 반대한다.
이란 국내 보수 세력의 반대편에는 반(反)이란 성향을 드러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있다. 이란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버락 오바마 전 정부와 달리 트럼프정부는 수시로 비핵화 합의를 재검토하겠다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중동 우방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견제를 위해 미국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고 미국 의회의 공화당 주류 역시 그다지 이란에 우호적이지 않다. 결국 로하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비핵화 협정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이란 국내의 보수파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셈이다.
경제개혁 역시 과제다. 비핵화 협정으로 인해 석유 수출길이 열리면서 연간 성장률 6%를 넘는 고성장을 이끌었지만 대중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이란 자체 경제력은 약한 편이고 12.7%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제재조치 등으로 인해 여전히 외국기업 다수는 이란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남은 제재를 해제하거나 허가된 영역에 해외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석유 수출로 인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이란 일반 국민에게 돌리는 방안도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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