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20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사진=KFA 제공.
[전주=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태용(47) 대표팀 감독은 기니전 예상 스코어를 손가락으로 표현해 달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정색을 표했다.
평소 취재진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유쾌하기로 소문난 신 감독의 의외의 반응에 주위는 정적이 흘렀다. 신 감독은 "스코어를 예상하는 건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 같다. 그런 말 하나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상민(19ㆍ숭실대)이와 팀을 대표해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런 답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답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분히 첫 경기를 준비한 신 감독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니와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최전방 공격진의 구성, 포메이션(4-3-3) 선택, 용병술 등 감독으로서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해냈다는 분석이다.
신 감독은 이날 최전방에 정예멤버인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조영욱(18ㆍ고려대)-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를 내세웠다. 이승우는 1골 1도움, 백승호는 1골을 기록했다. 조영욱의 골이 비디오 판독에 의해 무효처리 되지 않았다면 최전방 3명이 모두 득점을 기록했을 뻔 했다.
신 감독은 수비 대형으로는 '포백(4-Back)'을 택했다. 그는 왼쪽부터 우찬양(20ㆍ포항 스틸러스), 이상민, 정태욱(20ㆍ아주대), 이유현(20ㆍ전남 드래곤즈)을 앉혔다. 신 감독이 '스리백(3-Back)'이 아닌 포백을 활용한 이유는 기니가 원톱을 가동하기 때문이었다. 스리백은 미드필드 지역 양쪽에 윙백이 수비에 가담해 총 5명이 기본적인 수비진영을 갖추게 되는데 '원톱' 공격수를 막기 위해 지나친 수의 수비수들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포백 구성은 효율을 뽐내면서도 결과적으로 무실점 승리를 가져다 줬다.
용병술도 인상적이었다. 2번째 골의 주인공인 임민혁(20ㆍFC서울)은 후반 20분에 그라운드를 밟은 교체 멤버였다. 그는 교체된 지 불과 11분 만에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신 감독은 대승을 기록했지만, 수장으로서 절제의 미학을 보여줬다. 취재진의 질문이 구체적인 전략에 관한 것일 땐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답을 하지 않았다. '미드필더 조합'에 대한 물음에 그는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는 전술이라 답하기 곤란하다. 미리 얘기하면 특정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감독의 '밀당'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스스로 생각하는 게 있다. 팀을 운영할 때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전(23일), 잉글랜드전(26일)을 대비한 말이자 선수단의 전체적인 사기를 고려한 신중한 발언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줘 고마웠다. 선수들에게 일일이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승부에 관해선 냉철하면서도 선수단에 대해선 너그럽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승우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머리를 특이하게 했더라"고 농담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개성을) 표출하되, 그에 맞게 책임을 지면 된다. (승우에게) 표출한 만큼 경기장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한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밤에 전주 시내에서 목격된 선수들이 있다'는 취재진에 말에도 "나가서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시라고 한다. 방에만 있으면 몸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괜찮다고 본다"고 미소를 지었다.
결과가 대승으로 끝나서가 아니다. 신 감독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는 왜 그가 '진짜 리더'인지 느끼게 해줬다. 신 감독은 전술, 용병술 등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물론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인성, 어리고 개성 있는 선수들을 포용할 줄 아는 리더십 등 모두를 갖췄다는 평가다.
전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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