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인정여지 충분” 파기 환송
대법원이 근무 중 당한 부상사고 치료 중 조울증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유족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의 딸 김모(사망 당시 32세) 씨는 2009년 2월 A업체서 필름 커팅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2010년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는 등 치료를 받았지만, 완치되지 못하고 장애가 남았다.
같은 기간 김씨는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 2014년 3월까지 정신과 치료가 이어졌지만, 김씨는 같은 달 거주 중이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심은 ▲사고 이후 뚜렷한 지적 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사고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 점 ▲사고와 정신질환 사이 개연성이 높지 않다는 감정의 의견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26세 미혼 여성으로서 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입원치료기간만 120일에 이르는 등 조울증 진단을 받기 전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고, 통증과 불안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앓던 질환은 사고 발생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악화돼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특별한 사유가 나타나지 않은 사정까지 더하면 김씨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뉴시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