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쁨은 딱 오늘까지만.”
기니를 완파하고 첫 스타트를 잘 끊은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담담했다.
한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니와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한국은 자신감을 갖고 23일 아르헨티나(전주), 26일 잉글랜드(수원)를 상대할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은 “선수들이 홈에서 개막전을 치렀는데 보이지 않게 긴장한 것 같다.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전반에는 상대가 뒷공간을 노릴 것 같아서 10분 정도 뒤에서 수비를 하자고 했다. 5분 정도 지나면서 분위기를 익히자 전방 압박을 했는데 주효했다. 첫 경기 치고는 최선을 다했다. 결정력도 살아나면서 좋은 모습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어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이다. 오늘 이긴 것을 최대한 즐기라고 할 것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시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을 최대한 차분하게 만들 것”이라고 들뜬 분위기 차단에 나섰다. 한국-기니전에 앞서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잉글랜드 3-0 승)을 지켜본 그는 “남미 예선을 치를 때보다 아르헨티나가 훨씬 강하더라. 선수들에게 이 점을 잘 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 일문일답.
-경기 총평을 해달라.
“우리 선수들이 홈에서 개막전을 치렀는데 보이지 않게 긴장한 것 같다.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전반에 상대가 뒷 공간을 노릴 것 같아서 10분 정도는 뒤에서 수비를 하자고 했다. 5분 정도 지나 분위기를 익히면서 전방 압박을 한 것이 주효했다. 첫 경기 치고는 최선을 다했다. 결정력도 살아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일일이 다 했다.”
-비디오 판독으로 골이 사라졌는데.
“경기 전에 미리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골을 먹어도 비디오 판독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부심이 깃발을 들어도 주심이 휘슬을 불 때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골에서 비디오 판독이 실시됐는데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전반 끝나고 라커 룸에서도 우리가 1-0으로 이기고 있지만, 스코어에 대해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 0-0으로 생각하고 우리 플레이를 하라고 준비했다. 선수들이 잘했다.”
-무실점을 했는데.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2실점 하면서 수비 조직 걱정을 많이 했다. 기니가 지역예선에서 세트피스 골이 많아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다. 존과 맨투맨 방어를 혼합한 것이 무실점으로 나타난 것 같다.”
-비디오 판독으로 과학의 힘이 축구에 개입했는데.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다. 모든 선수들이 환호하고, 벤치에서도 좋아했는데 1cm도 안 되는 차이로 골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허무했다. 그래도 공정해야 한다. 이것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니가 생각보다 공격적이었는데.
“전반 10분 정도는 우리가 물러나 상대가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지 보자고 했다. 우리의 홈이고 관중이 많이 왔기에 상대가 먼저 긴장하고 뒷 공간을 노리는 것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하다 보니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 5분이 지나고 ‘이건 아닌 것 같다. 밀고 올라가자’고 생각했다.”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에서 어떤 점을 느꼈나.
“경기 내용은 아르헨티나가 훨씬 좋았다. 잉글랜드는 헤딩 한 골이 전반전의 전부였다. 후반에는 아르헨티나 9번 선수가 불필요한 동작으로 퇴장 당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잉글랜드는 자기 지역의 포메이션을 지키면서 신체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개개인의 개인 기량이 상당히 좋았다. 우리와 좋은 경기를 할 것 같다. 아르헨티나는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개인기를 갖고 있었다. 더 집중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 이상은 전술적 부분이 있어서 말하기가 곤란하다.”
-12번째 선수인 팬들이 많이 왔는데.
“경기 전 미팅에서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4만1200석 규모의 매진된 경기장에서 뛴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더라. 모든 선수가 이런 분위기에서 해본 적이 없기에 12번째 선수와 친할 수도 있겠지만 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첫 골이 들어가면서 12번째 선수를 충분히 활용했다. 그 함성에 힘을 얻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열광적인 응원을 해주시면 더 열심히 잘할 것이다. 지금까지 관심이 없던 국민들도 U-20 월드컵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조영욱과 이승우를 평가하자면.
“조영욱은 이제 많이 올라왔다. 세기가 부족하지만 나름 자기 스타일을 갖고 있다. 두 번째 골이 골로 인정됐다면 훨씬 더 좋은 플레이를 했을 것이다. 앞에서 싸워주면서 골키핑이 많이 나아졌다. 이승우, 백승호와의 호흡이 잘 맞는다. 원 톱에서 잘 싸웠다. 이승우는 스스로 경기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다리에 쥐가 오고 부상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 희생이 상당히 좋은 선수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굳이 오늘 약점을 찾는다면.
“쉬운 패스의 미스가 많이 나왔다. 좀 더 세밀하게 했으면 훨씬 더 좋은 찬스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 부분만 줄이면 아르헨티나전은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드필드 조합에 변경을 줄 생각은 없나.
“그건 말하기 곤란하다. 미리 말하면 나머지 선수들 의욕이 상실된다. 양해를 부탁한다.”
-세트피스를 평가하자면.
“수비는 팀마다 포인트가 달라진다. 오늘은 기니에 맞췄다. 공격 세트피스는 선수들이 너무 단순하게 했다. 가진 것을 하나도 못 보여줬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적극 활용하겠다. 이틀 동안 잘 준비하겠다.”
-이승우는 머리가 특이했는데.
“15일에 외출을 다녀온 뒤 16일 아침에 봤는데 머리가 요상하더라. (새겨진 글씨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승리의 염원’이라고 하더라. 오늘 경기 나오기 전에 내가 ‘지금까지 숨겼는데 색이 너무 바래지 않았냐. 다시 염색을 해야 눈에 띌 수 있겠다’는 농담도 했다. 난 개의치 않는다. 승우에게도 과감하게 표출하라고 한다. 대신 거기에 맞게끔 책임을 지라고 한다. 지금 하는 행동만큼 경기장에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려할 부분은 독려해야 한다.”
-분위기는 어떻게 잡을 생각인가.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난다. 오늘 이긴 것을 최대한 즐기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시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하기 위해 최대한 차분하게 만들 것이다. 한 경기가 끝이 아니다. 선수들이 이겼기에 오늘만큼은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
-실제로 본 아르헨티나는 분석보다 강한가.
“뚜껑을 열어보니 지역 예선보다 훨씬 강하다. 지역 예선에서 4위로 턱걸이 해 이름값만 아르헨티나 아닐까 했는데 훨씬 강했다. 내가 봤던 영상보다 훨씬 강했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의 신장이 작은데 어떻게 공략할 생각이다.
“이제 막 기니전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자리다.(웃음). 이제 들어가서 영상과 내가 관전한 부분을 보면서 분석해 전술을 짜야 할 것 같다. 중앙 수비들 제공권이 상당히 좋다. 그 선수의 장단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 들어가서 준비하겠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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