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저거 보여?” 차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상을 찍던 남학생은 거대한 토네이도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학생의 만류를 뿌리치고 차 밖으로 나선다. 오클라호마 실버톤을 덮친 초속 300m의 슈퍼 토네이도는 순식간에 차를 덮치고 학생들은 폭풍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2014년 개봉한 미국영화 ‘인투 더 스톰(Into the storm)’은 불기둥과 함께 땅 위의 모든 것들을 초토화 시키는 토네이도와 이를 기록하고 추적해나가는 스톰 체이서를 다룬 영화로 가공할 토네이도의 위력과 그에 맞서는 인간들의 모습이 생생히 다뤄졌다.
지금 미국 전역은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로 대표되는 동부 지역은 30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고 콜로라도와 와이오밍 몬태나 등이 속해있는 중서부 지방은 5월의 눈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압권은 토네이도가 휩쓸고 있는 중부지역이다. 중북부 위스콘신과 중남부 오클라호마에는 폭풍 경보 5단계 중 최고 수위인 ‘고위험’ 경보가 발령됐고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부터 무려 29개의 토네이도와 트위스터가 동시다발로 발생한 이 지역에서는 골프공보다 큰 우박이 떨어져 자동차가 파손되고 초속 130km가 넘는 강풍은 달리던 대형 트럭을 길가에 넘어뜨렸다. 이동식 가옥 수 십 채가 흔적 없이 사라짐은 물론이다.
토네이도로 인한 강풍과 비바람이 발생하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게 우선이건만 목숨을 걸고 이에 맞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스톰 체이서(Storm chaser)’라 불리는 폭풍 추적자들이다. 이들은 특수차량을 이용해 토네이도를 추적하면서 발생과 소멸의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연구한다. 이번 중남부를 강타한 오클라호마 오스티 지역에서는 과학자와 기상학자들로 구성된 스톰 체이서 팀이 관측장비를 탑재한 차량을 선두로 토네이도를 추적하면서 수퍼 셀 폭풍과 태풍의 구조 및 강도를 분석해 진로 예측과 피해 방지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토네이도를 상품으로 한 관광회사까지 생겨난다고 한다. 경찰관과 의사가 동행한다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관광상품이 아닐까 싶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ankookilbo.com· 정리 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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