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부터 파격
대선 과정 네거티브 털어내고
野 4당 찾아간 文대통령
여의도 골목길 차량 행렬도 눈길
전 정부와 다른 소통
靑 브리핑 브리핑…발언록 넘쳐
5ㆍ18 감동 포옹까지 파격의 연속
文 없었으면 열흘간 뉴스 없을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열흘이 지났다. 뉴스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간 시간이었다. 권위주의와 불통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국민ㆍ야당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준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됐다. 취임 첫날 행보에서부터 파격적인 인선과 업무지시, 그리고 소통행보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최일선에서 취재해 온 기자들이 ‘문재인 정부 첫 10일’을 평가하기 위해 카톡방에 모였다.
불타라 청춘(이하 불청)=탄핵 이후 실시된 대선이라 문 대통령이 당선 다음날 바로 업무에 들어가 진풍경이 많았는데.
청기와집 더부살이(이하 더부살이)=취임 첫날 현충원 참배를 하자마자 야 4당 대표를 찾아 협치를 당부한 것부터가 파격이었죠. 대개는 야당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영수회담을 해온 게 관례였으니. 대선 과정의 네거티브 공세 기억을 하루 만에 털어내고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5년 만에 여당 기자(이하 여기자)=자유한국당 당사를 찾기 위해 대통령 차량 행렬이 여의도 골목길까지 들어온 것도 처음이죠. 대통령 차량이 좁은 골목길을 뚫고 들어간 것 자체가 야당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거 같더군요.
고구마와 사이다(이하 사이다)=문 대통령이 직접 춘추관을 찾아와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 등 인선 내용과 취지를 발표하고, 나중에 당사자들이 기자들과 자유롭게 일문일답을 한 것도 파격이었죠. 이전 정부에선 그런 모습 자체가 드물었으니까. 한꺼번에 총리와 부총리급 후보자가 나오는 바람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상대적으로 질문이 덜 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빚어졌죠. ㅎㅎ
불청=둘째 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테이크 아웃 커피 잔을 들고 경내를 산책하는 사진도 인상적이었죠. 백악관을 무대로 한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을 보는 거 같다는 평도 많았고.
사이다=출입기자들도 좀 놀랐습니다.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공지가 됐는데 이후에 경내를 함께 걸으면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줄은 몰랐거든요.
여기자=참여정부 시절 인사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은 “어떻게 참모들이랑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게 뉴스가 되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이 정말 비정상이었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고 촌평. ^^
더부살이=‘외모 패권주의’ ‘꽃보다 청와대’ ‘청와대 F4’ ‘증세 없는 안구 복지’ 등 우스갯소리도 이때부터 양산됐죠.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초기 기용한 참모들의 준수한 외모가 화제에 오른 거죠. 이후 임명된 수석들이 ‘얼굴 탕평’을 이뤘다는 농담도 나왔고. ㅋㅋ
불청=청와대가 브리핑을 쏟아내 춘추관이 정말 바쁘다던데.
더부살이=소통이라는 측면에선 긍정 평가가 많아요. 수석들이 수시로 춘추관에서 브리핑하고, 그 후에도 ‘백블’ ‘백백블’ 이런 게 줄줄이 있다 보니, 솔직히 발언록을 다 정독하지 못할 정도. ㅠㅠ
불청=백블, 백백블은 어떻게 하는 건지.
사이다=공식 브리핑은 방송사가 생중계하는데, 내용이 민감하거나 백그라운드 설명이 필요하면 브리핑이 끝난 다음 기자들이 달려가 추가 질문을 더 하는 거죠. 그러고 나서도 또 한 무리의 기자들이 물어보면 또 답하고, 이런 식.
더부살이=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아침이면 인사 하마평 오른 후보들에게 ‘모닝 전화’ 걸고, 퇴근 전 ‘이브닝 전화’ 걸어 청와대에서 혹시 전화 받았는지 확인하는 게 주요 일과죠.^^
불청=그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마크맨들에게 토요일 등산을 제안해 후폭풍이 컸다고. ㅎㅎ
더부살이=40분 정도 코스라고 해서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갔죠. 청바지 차림 기자도 다수였고. 그런데 히말라야 등반 경력의 문 대통령이 앞장서 무려 두 시간 넘게 등산을 하니, 이만하고 내려가자는 원성이 물밑에선 자자했죠. ㅎㅎ
사이다=동행한 기자 중엔 임신 4개월차 여기자가 있어 아찔하기도 했고, 새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한다더니 ‘문 부장님 때문에 쉬지 못했다’는 하소연도 터져 나왔죠.
더부살이=그래도 문 대통령이 수시로 쉬어 가면서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야생화나 서울 역사에 대해 ‘유홍준 교수 저리 가라’ 할 수준의 해박한 지식을 뽐내더군요.
불청=3일차에는 문 대통령이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청와대 기능직 직원들과 3,000원짜리 점심 회동을 가져 화제가 됐죠. 청와대 식당의 퀄리티는 어느 수준인지?
더부살이=국회보다는 낫습니다! ㅋㅋ 다만 국회가 배식 형이라면 춘추관은 규모가 적어 각자 반찬을 퍼가는 게 다르고. 아무튼 여민관에서 대통령이 직원과 오찬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사이다=먹는 얘기 나오니, 김정숙 여사가 홍은동 자택을 찾아온 민원인에게 한 ‘라면 끊여 먹고 가라’ 발언도 화제가 됐죠?
더부살이=홍은동 자택에 가 보니 주민들이 문 대통령 내외의 이사를 진심으로 아쉬워하더라고요. 김 여사는 이날도 패딩 조끼에 슬리퍼 차림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됐고. ‘라면’ 발언도 평소 김 여사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
불청=취임 열흘을 평가하자면.
사이다=우왕좌왕해야 정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것 같아요. 문제가 된 건 조국 민정수석 어머니가 운영하는 사학재단의 지방세 체납 문제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갑을오토텍 수임 논란 정도 아닐지.
더부살이=일자리위원회 설치, 세월호ㆍ국정농단 재조사 지시, 미세먼지 대책, 검찰 개혁 등 민생과 적폐청산(개혁) 정책을 적절히 뒤섞는 전략적 판단이 엿보여요. 사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큰 틀의 검토가 있어야 가능했을 듯.
여기자=다만 여당과의 관계에선 우려가 적지 않아요. 더불어민주당의 선장인 추미애 대표가 “여의도 퍼스트“ “민주당 퍼스트”를 강하게 외치고 있는 게 뇌관입니다. 추 대표가 초기에 임종석 비서실장 예방 일정을 잡아 공지까지 했다가 “몸이 안 좋다“며 일정을 취소했는데, 이면엔 정무수석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죠.
더부살이=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의 ‘감동 포옹’까지 지난 10일은 파격과 감동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젊어진 청와대로 개혁과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고. 다만 앞으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어떻게 얻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아요.
여기자=‘문재인’ 없으면 대한민국 뉴스가 실종될 뻔한 열흘이었죠.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어라? 잘하네’ 이런 반응이 많았던 것 같고.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빈 말은 아니었던 듯.
사이다=청와대의 노력도 있지만 전 정권의 실패에서 온 반사이익 효과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새 정부의 허니문 기간이 지나도 지금처럼 호평 받는 국정운영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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