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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의 모험, ‘마이웨이’ 택한 수재들

입력
2017.05.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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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7기 수석 졸업 신희택 교수

국제거래 흥미 느껴 로펌에서 출발

수석 합격ㆍ수석 졸업 서동우 변호사

‘태평양’ 초기 합류 인수ㆍ합병 전문 입지

27회 수석 합격자 김선수 전 민변회장

“처음부터 노동자 위한 법률가 활동 다짐”

정계성 김앤장 대표 시위전력 탓 임관 못해

박주선 원희룡 이영애 등은 정치판으로

수석을 차지하면 으레 공직을 택하던 관례를 깨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모험(?)을 감행한 법조인들은 자신만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한국일보의 전수 조사 대상 중 진로가 확인된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자 43명과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 54명 중 처음부터 변호사로 나선 사람은 21명이다.

사법연수원 7기를 수석으로 졸업한 신희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졸업 직후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associate)변호사로 합류했다. 신 교수는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군법무관 생활을 하던 중 국제거래에 흥미를 느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펌행을 택했다. 우리나라 1세대 국제중재인인 그는 2013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투자자-국가 소송을 해결하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재판장이 됐다.

사법연수원 14기 수석 졸업자인 최경준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는 해외 법률시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최 대표변호사는 1985년 판사로 임관한 직후 법원을 나와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미국 5개 주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고 국제거래 전문 로펌 김장리에 합류했다. 현재 김장리의 후신(後身)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28기 수석 김동철 폴헤이스팅스 파트너변호사도 연수원 졸업 후 미국에서 뉴욕주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뒤 경력을 쌓다 법률시장이 개방되자 외국법자문사로 한국에 돌아왔다.

사법시험 수석 합격과 연수원 16기 수석 졸업을 모두 거머쥔 서동우 태평양 변호사는 태평양 설립 초기 합류해 기업 인수ㆍ합병(M&A) 전문 자문변호사로 입지를 굳혔다. 연수원을 1등으로 졸업하면 판사로 임관하던 관례를 깬 그의 선택은 당시만해도 법조인 가족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대법관을 지낸 부친 서윤홍 변호사의 반대로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서 변호사는 “아버지는 여전히 ‘판사 서동우’에 대한 미련을 갖고 계신다”고 웃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과감하게 로펌행을 택했다. 그는 2000년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0년 서울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사법시험 27회 수석 합격자 김선수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연수원 수료 후 노동 외길만을 걸었다.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노동자들을 위해 법률전문가로서 활동하리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라며 “지금도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변호사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를 꿈꿨지만 시국사건으로 인해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이도 있다. 16회 사법시험에 차석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6기를 수석 졸업한 정계성 김앤장 대표변호사는 71년 ‘신민당사 농성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으면서 판사로 임관하지 못했다. 그는 연수원을 수료할 때까지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자, 아예 법원행을 포기하고 소규모 로펌이던 김앤장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무죄판결이 선고됐지만, 정 변호사의 진로는 변호사로 굳어진 뒤였다.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뒤 공직생활을 하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영애(13회) 변호사는 판사로 임관해 법조인의 길을 걷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재기(15회) 변호사는 75년 검사로 임관해 6년간 활동하다 변호사를 거쳐 88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6회 수석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79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97년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지냈다. 이후 98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2000년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원희룡(34회) 제주도지사는 95년 검사로 임관했으나 3년 뒤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다가 2000년 국회의원이 됐다.

사법시험 전 이력이 특이한 수석 합격자들도 있다. 17회 수석 합격 유성수 변호사는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바 있고, 이듬해 수석을 차지한 강지원 변호사는 재무부와 관세청 사무관으로 일하던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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