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특사가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상호이해, 상호존중의 기초에서 갈등을 잘 처리해 양국 관계를 이른 시일 내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 여부와 관련, 시 주석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적극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특사단이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 개선 기미가 한결 뚜렷해진 것으로서 주목된다.이미 꽉 막혔던 한류가 다시 중국 인터넷과 방송에서 유통되기 시작하고, 중국으로부터 전방위 보복을 당했던 롯데마트도 영업 정상화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양국 이견의 실질적 해소를 점칠 만한 진전은 아직 없다. 국내에서는 집권 여당에서조차 사드 배치를 두고 이견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중국 역시 사드 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에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한국 새 정부는 사드 배치와 한중 관계 재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보낸 우호적 신호는 역으로 한국 정부가 중국의 선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압박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복잡하다. 홍석현 특사의 방미에서 일단이 드러났듯, 우리 정부는 다음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까지는 사드 배치 철회 여부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또 이 문제를 배치냐 철회냐가 아닌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보고 국회 비준 등으로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뜻도 엿보인다. 애초에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던 문 대통령의 고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제3의 출구를 모색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다. CNN 방송은 중국 외교분석가를 인용해 “이미 배치된 사드의 철회는 불가능하다”며 “사드 기능의 일부를 중지시켜 중국에 덜 위협이 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테면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레이더를 북한만 관측하도록 성능을 축소하는 식이다. 시 주석이 이 특사 등에게 연이어 강조한 ‘상호존중’도 한국의 북핵 위협과 한미동맹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에서 나왔으리라는 분석이다.
사드와 같은 미군의 전략자산 배치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법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안보를 뒤흔들고 있는 사드 문제를 법규에만 가둬놓을 수는 없다. 정치권 모두 전략적이고도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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