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택근(37)과 KIA 김주찬(36)은 시즌 초반 부진 탓에 동병상련의 심정이었다.
넥센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택근은 이정후(19), 박정음(28) 등 신예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벤치를 지키는 횟수가 늘었고, 규정 타석도 채우지 못했다. KIA 캡틴 김주찬은 꾸준한 출전 기회를 부여 받고도 끝없는 부진에 빠졌다. 규정 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가운데 타율 1할대(0.176) 타자는 김주찬이 유일하다.
2011년과 2012년 비슷한 시기에 각각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린 ‘50억원 동기’ 이택근, 김주찬은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벼랑 끝으로 몰리는 듯 했다. 하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이택근은 지난 18일 고척 한화전에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팀이 4-6으로 뒤진 9회말 무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가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쳤다. 2001년 6월23일 두산 송원국이 SK 김원형에게 대타 끝내기 홈런을 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나온 진기록이다.
자신의 개인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을 짜릿하게 경험한 이택근은 “최근 경기에 많이 못 나가도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며 “사실 끝내기 홈런을 한번 쳐보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나왔다”고 웃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현재 우리 팀에 좋은 활약을 하는 신인 선수들도 있지만 이택근 같은 베테랑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김주찬도 같은 날 광주 LG전에서 시즌 첫 한 경기 3안타를 몰아치며 묵은 체증을 덜어냈다. 지난 시즌 130경기를 뛰며 타율 0.346에 20홈런 101타점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는 올해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4월 타율 0.183에 그쳤고, 5월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는 전혀 없었다. 17일까지 5월 13경기에서 타율 0.111로 바닥을 찍었다.
이쯤 되면 타순 조정을 해주거나, 2군으로 보내 재정비할 시간을 줄 법도 한데 김기태 KIA 감독은 꿈쩍 안 했다. 김 감독은 “하위 타순에 보낸다고 잘 친다는 보장은 없다”며 “김주찬이 안 좋지만 계속 밀어붙여 보려고 한다. 결과는 감독 책임”이라고 정면 돌파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주찬은 3안타를 폭발하며 최근 7경기 연속 21타수 무안타 침묵을 깼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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