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통역사는 청각장애인에게 말을 전달하는 직업인이다. 국내에는 1997년에 도입됐다. 민간의 자격시험이 이 해 처음 시행되었고 2년 뒤 관련협회에 지역별로 수화 통역센터가 하나 둘 개설되었다. 국가공인시험이 된 건 2006년부터다. 수화 통역사는 ‘중개자’ 역할이 기본이어서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다거나 자신의 감정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
▦ 예외가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노래를 통역할 때다. 가사는 수화로 전하지만 곡조는 전달이 어렵다. 그래서 때로 몸짓으로 곡조를 표현하는 통역사들이 있어 화제가 된다. 지난 촛불집회 때 ‘흥부자 수화 통역사’로 유명해진 최황순씨 같은 경우다. 그는 가사 없는 전주에서 악기 연주를 몸짓으로 흉내 낸다거나 몸으로 리듬을 타면서 수화로 가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올바른 수화 통역이냐는 논란이 있는 듯도 하지만 가사만 전하는 것보다 풍성한 중개인 것만은 분명하다. 촛불집회에서는 수화 통역사 10여명이 무대에서 진행을 거들었다. 현장 상황에 복받쳐 울음 터뜨리는 통역사도 있었다.
▦ 5ㆍ18 기념식에서 수화 통역한 김홍남씨도 비슷한 경우다. 5ㆍ18둥이 김소형씨가 계엄군에 희생된 아버지께 띄우는 추모편지를 읽고 나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안아 주었다. 그 광경을 보던 김씨는 눈물을 훔쳤고 그 모습이 생중계됐다. 김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정말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안아 주셨을 때 저희 아버지가 저를 안아 주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며 “하도 눈물이 나서 이거 NG 나면 어떡하나 마지막에는 눈물을 다 못 닦고 빨리 말라라 했다”고 말했다. 의도는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현장의 감동까지 전했다.
▦ 청각장애인들은 수화 통역 확대가 큰 바람이다. 방송 등은 나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난 대선 후보 TV 토론 수화 통역을 두고는 5명의 말을 통역사 한 사람이 중개해 누구 말인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화면의 통역사 크기가 너무 작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수화 통역은 의무가 아니어서 방송사마다 제 각각이기도 하다. 새 대통령은 ‘소통’을 국정의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다. “대통령이 수시로 브리핑하겠다”는 약속대로 새 헌법재판소장도 직접 발표했다. 이런 과정이 모든 방송에 수화 통역 되도록 대통령 옆에 늘 통역사가 있으면 좋겠다. 일본의 경우가 참고가 된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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