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넋이라도 찾고 싶어요.”
67년 전 6ㆍ25 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미군의 가족들이 한국을 찾는다. 국가보훈처는 19일 “22∼27일 6ㆍ25 전쟁 미군 전사ㆍ실종 장병 27명의 자녀와 형제 등 유족 53명의 한국 방문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처는 “유족들이 60여 년간 겪은 아픔을 위로하고 전사ㆍ실종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전하며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을 알리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유족들은 24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있는 미군 참전 기념비 앞에서 보훈처가 주관하는 미군 전사ㆍ실종 장병 추모식에 참석한다. 추모식에서는 1950년 12월 장진호 전투에서 실종돼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한 토머스 앨런 더피(실종 당시 22세) 육군 상병의 딸 리넷 터커(66)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다. 더피 상병이 실종됐을 때 터커는 태어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터커는 빛 바랜 흑백사진으로만 남아있는 아버지를 그리며 평생 간직해온 애틋한 마음을 전할 예정이다.
추모식에서는 미군 전사자와 실종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롤콜(roll call)’도 진행된다. 또 전사자와 실종자의 생전 사진을 담은 액자도 유족들에게 증정한다. 유족들은 추모식 외에 육군 25사단이 주관하는 네바다 전투 기념식에 참석하고 아직도 진행형인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을 방문한다. 26일에는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한국의 발전상을 확인할 계획이다.
방한단에 속한 미군 실종자의 아들 마이클 브루스 블리스(69)는 “아버지가 생명을 바친 나라, 아버지가 어딘가에 묻혀 있을 한국 땅을 밟는 것은 아버지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훈처는 6ㆍ25 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사자와 실종자 유족을 위로하고자 2015년부터 이들의 방한 초청 사업을 해왔다. 6ㆍ25 당시 미군은 전사 3만3,686명, 실종 3,737명, 포로 4,439명의 피해를 입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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