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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필요한가? 지프는 지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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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필요한가? 지프는 지프일 뿐!

입력
2017.05.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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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와 나란히 선 듀랑고 실버톤의 기차. FCA 제공
지프 랭글러와 나란히 선 듀랑고 실버톤의 기차. FCA 제공

지난 주 지프 선발대 이벤트를 보니 문득 예전 추억이 떠오른다. 벌써 5년 전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떠나 중간 기착지 덴버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듀랑고로 향한 여정은. 그렇다. 자동차 애호가라면 불쑥 떠올릴 크라이슬러가 만든 자동차 듀랑고가 이름을 빌린 그 도시 말이다. 덴버에서 듀랑고까지 600km를 차를 몰고 찾아갔다. 선배와 친구와 후배가 번갈아 가며 운전석에 올랐고 그렇게 우리는 밤새도록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광활한 미국의 생생한 기운을 제대로 맛봤다. 참 크고 참 오래 걸렸던 기억이다.

실버톤 마을에 도열한 지프 군단. 당연히 랭글러에 올라 탔다.
실버톤 마을에 도열한 지프 군단. 당연히 랭글러에 올라 탔다.

로키 산맥의 가파른 협곡으로 향하는, 지프를 타기 위한 여정의 목적지는 실버톤이었다. 과거 금과 은을 캐내던 폐광이 늘어선 황폐화된 마을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숍이 당시 느낌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손님을 받던 이발소, 뮤지움, 바, 레지던스 앞에 도열된 지프 군단들. 난 당연히 랭글러 루비콘을 골랐다. 트레일을 위한 최적의 모델이니까. 지프의 역사는 랭글러에 오롯이 스며들어 있으니까.

협곡을 누비며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노면은 고른 편이지만 옆은 낭떠러지다.
협곡을 누비며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노면은 고른 편이지만 옆은 낭떠러지다.

랭글러가 좁은 산길로 들어섰다. 목표는 해발 3929m 레드 마운틴 넘버 3. 경사는 심하지만 노면은 그저 비포장 흙길일 뿐이라 코스는 보기보다 쉬웠다. 지프 군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늘을 향해 오른다. 폭이 무척 좁은 산길의 바깥쪽을 내다보면 까마득한 협곡이 펼쳐진다. 1m의 간극으로 ‘날개 잃은 천사’가 될 수도 있는 길이다. 그게 불쑥 삶의 진지한 회상을 부른다. 낭만을 더하기 위해 랭글러의 프리덤 지붕을 벗겨냈다. 말로만 듣던 콜로라도 협곡이다. 해발고도는 이미 구름으로 휩싸일 정도가 됐고, 우리 일행 중 예민한 동료는 고산병이 왔다. 듀랑고 산맥은 실로 거대했다.

지프를 몰고 구름 가까이 오르는 경험은 인생에서 꼭 한 번 해볼만한 도전이다.
지프를 몰고 구름 가까이 오르는 경험은 인생에서 꼭 한 번 해볼만한 도전이다.

랭글러의 로 기어는 브레이크 페달을 아예 놔버릴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 꾸물꾸물 스르륵 속도를 다져가며 발길을 분주하게 내딛는다. 난 자연스레 운전대를 조작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바람, 구름, 찬란한 햇살, 그리고 나직하게 들려오는 음악! 랭글러 루비콘의 자랑거리인 스웨이 바를 분리할 필요조차 없었다. 믿음직한 사륜구동 레버만 댕겨놓으면 세상 편하게 하산한다. 그래서 지프는 지프다. 혈통이란 건 타고난 재능 같은 거니까. 투박한 질그릇 같은 순수함을 품은 랭글러는 군더더기 없는 기능미의 산물이며, 76년 동안 계승된 오프로드 철학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랭글러는 원초적인 맛이 살아있는 거의 유일한 오프로더다. 그리고 이런 차 한 대쯤은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

지프 캠프에 정박한 랭글러들.
지프 캠프에 정박한 랭글러들.

중간 기착지인 지프 캠프에 들렀다. 천막에 들어가 마른 건초 위에 눕는다. 맥주와 스테이크의 향연, 구운 감자와 스크램블 에그를 먹고 마시며 무사 귀환을 축하한다. 캠핑의 동반자로서 랭글러는 최상의 선택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인간 본연의 그리움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당시 내가 참가했던 공식 행사는 ‘콜로라도 2012’. 레드 마운틴 캠프, 밀리언 달러 고속도로, 이후 550 루트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겼던 그 경험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지프 익스피리언스의 가장 큰 매력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주는 자유에서 비롯된다.

콜로라도 협곡은 다시 가고 싶은 천혜의 장소였다.
콜로라도 협곡은 다시 가고 싶은 천혜의 장소였다.

국내에서도 지프 캠프는 강원도 깊숙한 산자락에서 열린다. 용평이 대표적이었고, 최근에는 색다른 장소를 계속 발굴해나가고 있다. 타프 텐트와 바비큐, 지프의 야성은 실로 매력적이다. 당시 내 소감은 이렇게 끝났다. “지프의 성지에서 랭글러를 탄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영원할 것처럼 굴었다. 록키 산맥을 다시 라이딩 할 때까지 지프여, 안녕!”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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