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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Do Not 리스트] ⑨포스코ㆍKT는 쳐다보지도 마라

입력
2017.05.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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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인사, 쳐다보지도 말라

정부 지분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정권 바뀔 때마다 CEO 중도 교체

‘주인 없는 회사’ 탓 낙하산 계속

“대통령부터 개선 의지 보여야”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재벌이 아니면서도 유독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과거 공기업으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았던 두 민간기업 포스코와 KT이다. 이들 기업은 어떤 공기업보다도 정부가 내놓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정권의 ‘코드’ 읽기에 분주하다. 두 기업을 아는 재계 관계자는 “적페청산을 외치는 새 정부가 지난 정권의 잘못을 반복하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겪었던 과거 선례를 보면 이번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의 간섭이나 개입이 있지 않을까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낙마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했다. 두 기업에서 민영화 이후 연임을 못한 CEO는 KT의 첫 민선 사장 이용경씨를 제외하곤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그 중 두 번째 임기를 채운 이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올해 3월 연임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이 이번 정권에서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포스코와 KT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기업이다. 포스코는 2000년 정부와 산업은행 지분이 모두 매각되며 민간기업이 됐다. KT는 2002년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두 회사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포스코 전체 지분의 11.04%, KT의 지분 10.4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과 소액주주 비율이 높다 보니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다시 정권이 교체되면 또 ‘그들 사람’으로 바뀌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포스코 수난사는 창업자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1992년 물러나면서 시작됐다. 박 명예회장이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통령 후보와의 관계 악화로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황경로, 정명식 전 회장이 6개월, 1년 만에 각각 물러났다. 1994년 회장에 오른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자진 사퇴했다.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이구택 전 회장은 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퇴했다. 권오준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과정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가장 논란이 컸다. 당시 유력 후보였던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을 제치고 정 전 회장이 수장이 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포스코는 정 전 회장의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부채비율이 84.3%까지 치솟았고, 영업이익률도 5%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큰 위기를 겪어야 했다.

KT의 인사 비리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극에 달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보통신부 장관, SK C&C 사장 등을 역임한 이석채 전 회장은 KT가 ‘2년 내 경쟁사 임직원을 했던 인물은 KT 대표이사가 될 수 없다’는 정관까지 바꿔준 덕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쪽에 힘을 보탠 김 전 대통령 쪽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2013년 최민희 당시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KT 전ㆍ현직 인사가 36명이나 된다”고 지적할 만큼 이 전 회장 재임 당시 KT는 전방위 외부 인사 영입으로 ‘낙하산 집합소’라는 오명까지 안아야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입김에 포스코와 KT는 또다시 흔들렸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포스코와 KT의 인사에 집요하게 개입해 최씨의 측근과 지인을 포스코 자회사와 KT의 임원에 앉혔다. 2014년 취임한 황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외부 인사 청탁을 근절하고 인사 청탁이 있을 경우에는 처벌하겠다”라고 천명했지만 그 역시 정부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는 정치적 외압을 막고 CEO 인사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일찌감치 내부에 방어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소유와 경영권을 분리하고자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해 CEO 선임권을 부여했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가 CEO 후보자를 검증하도록 했다. 하지만 포스코와 KT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지닌 과거 정권의 절대권력 앞에서 이런 장치들은 유명무실했다. 주인 없는 이들 회사를 흔들기 위해 검찰ㆍ세무조사가 동원될 때마다 찍어내기 식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물러나야 했던 이석채 전 KT 회장은 일부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벗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으나 올해 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는 “제도가 없어서 이런 문제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이 이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서 공기업이나 오너 없는 민간기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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