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도약 기회 잡아라 <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프리미엄으로 하>
한국 증시가 재평가를 받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선 상장기업들의 배당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현금 배당금은 총 20조9,000억원이다. 전년(19조1,000억원)보다 9.5% 증가했고 5년 전(1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커졌다. 회사가 당기순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었는지를 나타내는 배당성향도 지난해 34.4%로 최근 5년간 지속 상승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대신증권이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에 편입된 상장사를 기준으로 집계한 신흥국의 올해 평균 예상 배당수익률은 2.65%다. 한국은 1.82%에 불과하다. 한국 상장사 주식을 100만원에 샀다면 1년간 평균 1만8,200원의 배당을 받는다는 뜻이다. 러시아(5.4%), 브라질(3.4%)은 물론 태국(2.0%)보다 낮다.
자사주 매입과 처분도 늘어나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올해 9조원 등 총 40조원대의 자사주 매입ㆍ소각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황제주’를 액면분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끈 삼성전자의 경우 18일 주가가 229만7,000원에 달해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선 한 주만 사려 해도 목돈이 필요하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도 주가는 150달러(약 17만원)대로, 매수하고 보유하는 데 부담이 없다. 이에 따라 액면분할을 통해 주당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액면분할은 주식을 일정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 만큼 주당 가격이 낮아져 보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고 거래량도 늘어난다. 그러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과 관련,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지난해 아시아 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우리나라의 지배구조 순위를 아시아 11개국 중 8위로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나 인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약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을 주장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 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경영에 적극 관여하자는 원칙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 발표로 닛케이지수가 2014년 1월 1만4,000에서 1년 후 2만선을 돌파하며 급등했다”며 “현재까지 214개 주요 기관투자자가 가입해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정책에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실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폭넓게 채택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개선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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