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추첨제 전환 또는
일반고와 입시 동시 진행 검토
진학 준비 중학생들 진로 고민
해당학교 시설 신축 등 멈추고
매년 개최한 진학설명회도 연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율형사립고인 A고교는 최근 인근 중학교에 방문해 진행하기로 했던 진학 설명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설명회를 요청한 중학교 측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언제부터 적용될 지 모르니 상황을 지켜보자”며 예정된 설명회를 취소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매년 진행돼 왔던 이 설명회는 자유학기제를 맞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진로ㆍ진학교육 차원에서 기획됐지만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0년에는 자사고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 설명회 내용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의 자사고ㆍ외국어고 폐지 방침에 진학을 희망하던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들 학교의 입시에 추첨제를 적용하고 일반고와 동시에 입학 전형을 진행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과 적용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외고ㆍ자사고 폐지는 5년 주기로 돌아오는 재지정평가에서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처음 재지정평가를 받은 자사고는 2019년 지정 취소가 예상된다. 이에 앞서 이르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9학년도부터 자사고ㆍ외고 입시가 추첨제로 전환되거나 일반고 입시와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정책 연구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학생, 학부모, 졸업생 등의 많은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고교 체제 개편을 제안한 서울시교육청도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고등학교 체제 개편과 고입 전형 방식 개선안을 논의 중이다. 교육청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둔 채 교육부의 방침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태풍이 예보된 상황에서 해당 학교들은 옴짝달싹 못한 채 새 정부의 정책 변화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장 시설 신축, 장비 구입 등의 새로운 사업은 올스톱됐다. 자사고교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오세목 중동고등학교 교장은 “자사고로 전환된 뒤 기숙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내년 입학생들부터는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일반고 전환 후 한정된 예산, 획일화된 방침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외고나 자사고 진학을 준비해 온 중학교 1, 2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판이다. 매년 외고ㆍ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3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2019학년도부터 추첨제로 전환될 경우 이제까지 자사고ㆍ외고 입학 전형에 맞춰 준비해 온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배모(50)씨는 “아이가 자사고 진학을 희망해 내신성적을 관리하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언제 추첨제로 전환될지 몰라 지금이라도 일반고 진학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진학을 하더라도 재학 중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장점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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