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만찬’파문에 휩싸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하루 만인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장 사표를 수리할 방침이 없다”고 밝혔다.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 조직 내 대대적인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 사건이 공개되자 “관행대로 했을 뿐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변명으로 일관했고 법무부는 감찰조차 필요 없다는 태도였다. 검찰 엘리트들의 ‘윤리 불감증’과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은 검찰개혁을 새 정부의 최우선 개혁 과제로 꼽고 있는데 검찰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를 접한 청와대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것이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대통령 지시로 법무부와 검찰이 합동감찰반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으나 사건의 실체가 감찰로 밝혀질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부적절한 술자리 자체도 문제지만 오간 돈 봉투의 성격이 더 심각하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본부장이었고, 안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1,000여차례 통화해 의혹을 사온 인물이다. 사실상의 내사 대상자가 수사팀에 돈 봉투를 건넸으니 “잘 봐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비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안 국장은 ‘사후뇌물죄’에 해당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상급 기관인 법무부 과장들에게 돈을 건넨 이 지검장도 ‘김영란법’위반 소지가 크다. 더구나 주고받은 돈이 특수활동비에서 나왔다면 지정된 용도와 달리 사용한 것이어서 두 사람 모두 횡령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 전 수석과 진경준ㆍ홍만표 전 검사장 비리 사건에서 보듯 유독 ‘제 식구 감싸기’에 젖어 있는 검찰이 이런 혐의를 적극적으로 적용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감찰이 아니라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불신을 해소하는 길이다.
차제에 불투명한 사용으로 논란이 돼온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검찰과 법무부만 해도 매년 국민 세금으로 수백억 원이 지급되지만 증빙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규정 때문에 ‘깜깜이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처럼 서로 나눠 먹기식으로 사용돼온 게 관행이라면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의 치부를 드러낸 이번 사건이 검찰이 잘못된 과거와 결별하고 개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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