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130명 대규모 연찬회
한국당은 조기 당권 투쟁 휘말려
대선 이후 두 보수 야당의 행보가 대조적이다. 대선 막판 탈당 사태가 전화위복로 작용했던 바른정당은 자강론으로 뭉치는 반면, 보수결집세를 과시했던 자유한국당은 당권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바른정당은 대선이 끝나자 마자 서둘러 연찬회 일정부터 잡았다. 15, 16일 1박2일 간 강원 고성군에서 열린 국회의원ㆍ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는 시ㆍ도당 당직자까지 130여명이 참여했다.
대선 기간 내내 당 안팎에서 단일화ㆍ연대 바람이 불었지만, 연석회의에서 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은 ‘개혁보수 독자노선’을 택했다. 한 때 탈당을 마음 먹었던 황영철 의원까지 나서서 “연대나 합당이라는 주술에 걸려선 안 된다”며 “우리가 갈 길을 분명히 해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학재 의원도 “지금은 우리 당이 힘을 키워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뜻은 ‘설악 결의문’에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개혁보수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문구로 담겼다.
반면 한국당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조기 당권 투쟁에 휩싸였다. 대선 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추하게 당권에 매달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던 말을 뒤집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조짐이다. 그가 당권을 노리는 친박계에 집중 포화를 퍼붓자, 친박계도 발끈하면서 거친 언사로 치받는 등 당의 체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의원들 사이에선 무력감마저 엿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의 다수인 초선 의원들은 임명직이나 다름 없이 조용히 의정 활동을 하고 있고, 투쟁력이 강한 재선 의원들은 죄다 친박 성향”이라며 “개혁의 동력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6월 말~7월 초에 열릴 예정인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개혁의 경쟁이 아닌 구태의 재확인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양당을 아우르는 ‘중도보수신당’ 가능성을 타진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바른정당, 국민의당까지 한 데 모여 전투를 벌여 살아남은 자를 차기 주자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에선 김무성 의원이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보수를 사랑하는 국민은 결코 분열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민의 성원 속에 진정한 보수세력이 ‘가치와 신념에 기초한 원칙 있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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