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장에 뮬러 전 FBI 국장
대통령 포함 광범위 수사 예고
트럼프 “前 정부와 역차별” 불만
하원에선 첫 공개 탄핵 주장
공화당 일각서도 동조 목소리
로이터 “트럼프측ㆍ러 18번 접촉”
집권 초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괴롭힌 ‘러시아 스캔들’이 결국 트럼프 정권을 뿌리째 흔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가 임명됐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등 ‘탄핵론’도 거듭 세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해 미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드 로즌스타인 미국 법무부 부장관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위한 특검을 설치한다고 밝히고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뮬러 특검은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명령권 아래 있지만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받은 채 수사에 임하게 된다. 수사 대상도 광범위하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내린 명령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관련 주제,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프 내 개인의 모든 연결고리,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모든 주제”를 다룬다. 트럼프 대통령도 물론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수장을 잃은 FBI와 제프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연루 의혹 당사자로 지목돼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법무부는 앤드루 매케이브 FBI 국장대행과 로즌스타인 부장관을 중심으로 결속해 수사당국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면 대응을 택했다. 그는 18일 트위터에 “미 역사상 단건으로 한 정치인에 대한 최대 마녀사냥(single greatest witch hunt)”이라며 특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불법행위에는 한 번도 특검이 임명되지 않았다”며 역차별을 주장했다. 전날 특검 임명 소식을 듣고 “러시아와의 공모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차분하게 대응하던 첫 입장과 사뭇 달라진 태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특검 임명 발표 30분 전에야 백악관에 결정을 통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의회 내 탄핵 논의도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17일 탄핵 발의 권한을 지닌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알 그린(텍사스) 의원이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 포기를 종용한 트럼프를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해야 한다”고 공개 연설했다. 의회 내에서 첫 공개 탄핵 주장이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와 공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공화당 소속 익명 하원의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FBI와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압박 여부를 확인해줄 코미 전 국장의 메모, 관련된 녹취기록 등 ‘물증’을 제출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다만 공화당 지도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당장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대통령 탄핵은 하원의원 다수가 발의하고 상원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성립된다. 민주당 지도부도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 결국 ‘사법방해’의 진상과 뮬러 특검의 조사결과가 트럼프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언론들의 의혹 보도는 쏟아지고 있다. WP는 지난해 6월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공화당 의원 모임에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덕을 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4~11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통화와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러시아 정부 관료들과 최소 18차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대선을 전후해 6번이나 비공식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도 코미 전 국장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핵심 표적이었던 플린 전 보좌관이 터키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가 법무부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파악했음에도 그의 보좌관 임명을 막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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