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학서 신세계 고문, 이대 강의서
폄하 발언 논란… “오해 불러” 사과
구학서(71) 신세계그룹 고문(전 회장)이 이화여대 강의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한국의 태도를 깎아 내리고, 촛불집회와 현 정부에 대해 ‘우매한 민주주의’라는 폄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구 고문의 발언은 전날 오후 이화여대 경영대학 '경영정책' 수업에서 나왔다. 구 고문은 이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은 일을 번복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자꾸 번복한다" “국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위안부 합의를 안 지키는 현 정권은 이해가 안 된다” "양국 장관이 만나 합의한 내용을 국민들이 다시 합의하라고 한다"고 했다.
구 고문은 촛불집회와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폄하했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면서 "2,400년 전 ‘우매한 군중에 의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했다"며 "촛불로 바뀐 정권은 우매한 민중이 이끄는 민주주의"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거나, 골프를 치고 호텔서 식사를 즐기는 여성들을 언급하면서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재학생 최모(23)씨는 “구 고문의 말에 반발한 학생 중 일부가 수업 도중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한 학생이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씀하시라’고 전하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며 “많은 학생들이 퇴장해 오후 4시45분 종료 예정이던 강의는 예정보다 10여분 일찍 끝났다”고 전했다. 이 수업은 기업 경영인들이 돌아가며 강의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이수하면 경영대 학사 졸업논문을 대체할 수 있어 학생들의 인기 수업 중 하나다.
구 고문은 논란이 일자 대학 사이버캠퍼스에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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