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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보조낙하산 기술 빼돌려 새 회사 차린 ‘나쁜 부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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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보조낙하산 기술 빼돌려 새 회사 차린 ‘나쁜 부하들’

입력
2017.05.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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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업체인 A사가 개발한 사각형 형태의 보조낙하산.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1대 제공
피해업체인 A사가 개발한 사각형 형태의 보조낙하산.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1대 제공

자신들이 일했던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신개념 보조낙하산’의 핵심 제조기술 등을 유출해 새 회사를 차린 뒤, 비슷한 시제품을 제작해 영업활동을 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1대는 지난 2014년 1월 피해업체인 A사에 각각 부사장과 공장장으로 입사한 뒤, 순차적으로 퇴사하며 핵심 제조기술과 생산원가 정보 등을 빼돌린 이모(56)씨와 신모(37)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의 ‘독립’ 계획은 재작년 6월 A사에서 개발한 신개념 보조낙하산이 스위스 인증업체로부터 안전 인증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리자, 시장 선점 욕심이 생긴 탓이다. 당시 A사에서 개발한 보조낙하산은 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무게가 가볍고 빨리 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기존의 원형 보조낙하산보다 흔들림이 적다는 장점도 있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먼저 움직인 건 부사장 이씨였다. 재빨리 말레이시아 카장(Kajang) 지역에 자신 명의의 공장 설립을 준비한 그는 그 해 11월 새 공장 문을 열고 12월 퇴사했다. A사가 말레이시아에 군용 낙하산 납품을 준비했던 터라, 이씨가 말레이시아를 왕래하는 데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은 이 과정에서 보조낙하산의 제품 도면과 설계사양서, 원자재 등 핵심 제조기술을 외장하드에 담아 수시로 빼돌렸다. 이씨는 특히 퇴사 때 A사 컴퓨터에 있는 기술관련 파일들을 모조리 삭제해, 제품 만드는 데 차질을 빚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공장 가동이 멈춰 할 일이 없어진 A사 직원을 따로 불러 시제품 제작을 시키기도 했다. 공장장 신씨는 이듬해 6월 퇴사할 때까지 A사의 생산원가 정보 등을 추가로 빼돌리고 이씨 회사에 합류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A사에 재직 당시에도 A사 제품과 비슷한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 프랑스, 독일, 체코, 등 5개국의 업체에 “A사 제품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델”이라며 영업 활동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 양구군의 공장에 주로 머무르던 이들과 달리, 서울 광진구에 있는 본사에 주로 있었던 A사 대표는 이들의 소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 새로운 수요를 창출 할 수 있는 신제품 기술을 해외로 빼돌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입혔다”며 “국내 산업기술 해외유출 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정원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단속 전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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